벌써 한달도 더 된 이야기인 듯.


어느 날, 정혁이가 졸려서 매우 기분이 안 좋길래 얼른 양치를 하고 재우려고 화장실로 데려갔다.

양치를 빨리 시킬 마음에, 아랫니를 닦고 한번 뱉고 다시 윗니를 닦던 패턴을 무시하고 빠른 속도로 아래 위를 연달아 닦았다. 바로 거기서 정혁이가 화가 났던 거다. 자기는 뱉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틈도 안 주고 윗니를 닦으니 화가 날 만하긴 했다. 화가 난 정혁이의 행동 시리즈...

1.

다 닦고 물로 헹구라고 하자, 세면대에서 할 수 없댄다. 그럼 어디서 할 것이냐고 묻자 
"물양치 해서 변기에 뱉을 꺼야!" 라고 한다. 
그래서 변기에 뱉으라고 했더니, 고개를 숙이지도 않고 변기를 향해 퉤 뱉어버리는데, 아무래도 서툴다 보니 결국 옷에도 흘리고 변좌에도 흘리고, 변기 안으로 들어간 건 극히 일부분... 
원인 제공을 내가 했으니 뭐라고 말도 못하고... 으이구...


2.

먼저 손을 닦았다. 비누칠을 다 한 후, 수건을 꺼내서 손을 닦으라고 하자 수건에 닦을 수 없단다. 
어디다 닦을 꺼냐고 했더니만, 그 젖은 손을 내 티셔츠에 벅벅 문지르는 이정혁. ㅠ.ㅜ


3.

세수를 해야겠길래 수건을 목에 둘러 주기 위해 "차렷~"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양팔을 벌린 채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이정혁. 결국 그런 채로, 목에 수건을 두르고 세수를 했다.


이 아이 머리속엔 뭐가 들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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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지은이) | 김희정 (옮긴이) | 부키 | 2014-07-08


나쁜 사마리아인부터 시작해서 장하준이 쓴 책은 꼭 사서 보는 편이다. 사실, 이 책은 살까 말까에 대해서 다소 고민을 했는데, 일단 제목이 경제학 강의라 하니 왠지 따분할 것 같았고, 다분히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사마리아인이나 23가지 같은 경우는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날카롭게 지적하고, 그에 대해서 나름의 대안을 내놓으며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워주는 책이었다고 본다면, 그에 비해 그냥 따분한 강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

하지만 이 책 역시, 경제학강의의 형식을 빌었을 뿐 자신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현실 세계의 진단에 대한 책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굉장히 객관적인 척하지만, 알게 모르게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그게 보기 싫다거나 어색하지도 않다. 당연히 책이란, 저자의 가치관이 반영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100% 객관적으로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고 서술된 책이라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심지어 가장 객관적이어야 할 '국정교과서'라는 것 조차도 일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술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어찌 보면, 그 동안 장하준 교수가 주장하던 바가 이 사람의 영감에 의해 그냥 어느 순간 툭 튀어나온(갑툭튀) 것이 아니라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깊이 파고들어가, 끊임 없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 속에서 얻어진 식견이라는 것을 강조해주는 책이라고 보는 게 옳을 듯 싶다. 더불어서 경제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 또한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내용 또한 전혀 어렵지 않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두꺼워서 시간은 좀 걸리긴 했지만 피케티의 자본에 비한다면야 새발의 피.^^ 수혁이가 중학생 쯤 되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책장에 꽂아두고 시간 될 때마다 조금씩 다시 펴보고 싶은 그런 책이다. 아이와 함께 공부하려면 더더욱.


정혜윤 (지은이) | 푸른숲 | 2008-07-07 | 초판출간 2008년


내가 책에 대해서 나름 집착을 하는 이유는 콤플렉스에서 기인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렸을 때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아니었다. 책보다는 그냥 나가서 뛰어 놀고,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게 훨씬 더 즐겁고 행복했고, 중학교 이후의 사춘기 무렵에는 그저 학교와 시험공부 이외에는 오로지 교회에 모든 시간을 바쳤으니, 책 읽을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다행히, 내가 대학에 가던 시기까지는 그렇게 문학적 소양이 높지 않아도, 교과서에 나오는 소설과 선생님들이 추천하는 일부의 문학작품만 읽어주면 크게 문제될 것도 없을 때였고, 그저 온몸으로 노는 것에만 몰중하던 나도 다행히 대학이라는 걸 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대학에 들어오면서부터 은연 중에 나의 '무식함'에 대해서 깨닫기 시작했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와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정말 천재 아닌가 싶을 정도로 뛰어난 지력을 지닌 사람들도 있었고, 범접할 수 없는 언변으로 무장한 사람들도 있었고,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독서편력을 자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학교 공부를 나보다 잘한 사람들이야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고 말이다. 

그리고 선배들과 세미나 같은 걸 할 때면 더더욱 난감했다. 그냥 문자 그대로 '읽고'만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고, '비판적 사고' 따윈 애초에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때까지 나는, 나에게 부족한 것이 '창의성'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본적인 '사고력'  또한 부족했던 것이다.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책 읽고, 책에서 말하는 거 다 믿어버리기. 그래서 세미나를 하면 난 늘 벙어리로 변하곤 했었다. 

그런 무식한 나를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서 일단 '다독'이라도 해봐야겠다 싶어서 읽기 시작한 책들... 그래서 어쩌면 난 책에 관한 한 늦바람이 난 케이스라고 볼 수가 있다. 어쩌면, 아직도 '다독'의 스타일에서 벗어났다고 보긴 어려울 때가 있지만, 그래도 이젠 이렇게라도 기록을 남기고, 읽다가 어떤 대목에 줄도 치고, 나름 합리적인 의심을 품어보기도 하면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젠 '책읽기' 자체가 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음을 느끼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냥' 읽는 경우가 많을 때가 있는 초심자라고나 할까.

이 책은 여러 사람들의 인생과 책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기들 스스로가 책을 쓰는 사람이 되었으니, 그들의 인생에서 책이 차지하는 자리가 어떠할 지는 충분히 짐작이 될 수 있을 터. 그만큼, 그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인생을 배웠고, 책 속에서 세상을 발견하고, 자아를 발견한 사람들이다. 그만큼, 아주 어릴 적부터 책은 그 사람들의 인생과 동일한 단어가 되었고, 그렇기에 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책들 또한 예사롭지가 않다. 욕심 같아서는 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던 그 책들을 나도 다 읽어보고 싶지만, 그건 그냥 그 사람들의 인생을 다시 한번 더 들여다보고픈 호기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 같아서 조용히 책을 덮었다. 나도 나만의 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 책들이 나의 삶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끔씩 누군가가 쓴 글을 볼 때면,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이 사람들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궁금해 할 만한 인물들에 대해서, 그 사람들이 책과 함께 어떤 길을 걸어왔는 지 보여주기 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고,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수많은 추천 목록을 만나서 기분 좋고, 그 사람들의 인생을 통해서 나에게 지적 자극을 주니 고마운, 그런 책이다. 지금보다 좀 더 '사색'을 더해가며 책을 읽어 보리라. 읽는 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어 보리라...

이번 캠핑은 대관령!!!

개천절 연휴를 맞아, 오랜만의 2박 3일 일정으로, 늘 가는 경기도 부근이 아닌 먼 곳으로 잡아 보았다.

그러나...

개천절 연휴에, 단풍놀이, 영동고속도로... 결국, 3시간 반 정도 걸리는 곳을 7시간에 걸쳐서 갔다. 물론, 중간에 30분 정도씩 두번 휴게소에 들르긴 했지만, 결국 첫날은 차 안에서 낮 시간을 다 보낸 꼴이 되었으니 좀 허탈했다고나 할까. 어쨌든 거북이마냥 엉금엉금해서 캠핑장 도착은 5시 30분. 산속이라 해는 빨리 지고, 거의 어두컴컴할 무렵에 서둘러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타프를 거의 다 칠 무렵부터 갑자기 한두방울씩 떨어지는 비... 나중엔 제법 많이 쏟아졌다. 폭우나 소나기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그냥 맞기는 힘들 정도의 비. 급하게 텐트를 치고 부랴부랴 저녁을 먹고. 그렇게 첫날은 지나갔다.

비에 젖어 생쥐꼴이 된 우리 텐트... 플라이를 걷어 올려서 타프까지 비 맞지 않고 다닐 수 있게 해놓았는데, 저렇게 해놓으니 문간 쪽으로 비가 치고 들어가더라는. 뭐, 모든 걸 만족시킬 순 없는 것이니까.


그야말로 산골 동네... 저 산 너머에도 캠핑장이 있는 듯 했다. 표지판도 있고, 차들도 제법 들어가는 걸 보니. 


앞에 보이는 집들은 모두 펜션. 나름 아기자기 이쁘게 잘 꾸며 놓았다. 


우리 사이트는 관리실 바로 코 앞. 전화로 문의했을 때, 아이들이 있으면 아무래도 관리실 주변이 좋을 것이라고 해서 이쪽 사이트를 예약했는데, 처음에 와서는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지도 상으로는 대여동까지 해서 모두 5동이 위치할 자리였는데 아무리 봐도 두 자리밖에 보이질 않는 거다. 다행히 캠장께서 다른 사이트를 모두 예약처리를 해놓는 바람에, 우리 두 가족이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완전 길거리 같은 곳을 예약한 느낌이라 일행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까지...

하지만, 있어보니 나무가 우거진 숲의 느낌이 없는 건 좀 아쉬웠지만, 편의시설이 가까워서 정말 좋았고, 텐트 방향을 잘 잡아서, 관리실 오가는 사람들에게 방해 받지도 않았다. 주변에 펜션들이 많았지만 손님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방해도 받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아이들은 어쨌든 이 의자를 제일 좋아한다. 동생이 형아를 안은 모양새가 됐지만... 둘이 사진 찍는다고 포즈 잡은 폼이 어찌나 귀여운 지... 시크한 혁 형제.


둘째 날은 서둘러서 아침을 해먹고 부랴부랴 양떼 목장으로 출발! 

대관령엔 내가 아는 것만 목장이 세개다. 대관령 양떼 목장, 삼양 목장, 하늘 목장.

이 중 하늘 목장은 그 동안 일반인 개장을 하지 않고 있다가, 올해 9월에 처음으로 개방을 한 곳이라고 했다. 그만큼, 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늘 목장엘 가보기로 결정했다. 9월까지는 개장 기념 무료 입장이었는데, 아쉽게도 우리는 10월 4일에 가는 바람에 유료 입장... 생각보다 사람이 많은 편이었다.


궂은 날씨에도, 여유롭게 풀 뜯고 있는 양들... 먹이주기 체험도 있으나, 애들이 배가 불러서 그렇게 열심히 달려 들진 않는다. 


삼양 목장의 경관이 무척 아름다운데, 그 경관을 제일 잘 볼 수 있는 곳이 이 하늘 목장의 전망대라고 한다. 그러나 전망대까지 꽤 많이 걸어야 하는 데다가, 전망대까지 가는 열차는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탈 수도 없었고... 결국 우리는 그냥 중간에 다시 되짚어 내려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좀 아쉽긴 하지만, 이 목장의 푸른 풀밭과 단풍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사진이 영... 빛조절이 잘못되었는데, 단풍이 너무나 곱고 이뻤다. 이렇게 가을은 절정을 맞고 있었고, 곧 겨울이 성큼 다가올테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듯 했다.


푸름과 빛바램이 공존하는 정원... 계절의 변화를 한눈으로 느끼며 내려오는 길...


곱게 물든 나뭇잎들이 절로 웃음짓게 만든다.


자... 그리고는 정동진으로 출발!


너무 추워서 차마 뛰어들지는 못하지만... 영덕의 바닷가와는 또 다른 느낌에 아이는 신이 났다.


이 바다를 즐기지 못하고 정혁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고...


구름이 많은 높은 파도의 정동진... 그로테스크한 느낌. 멋지다.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불놀이 사진 중 가장 잘 나온 사진인 듯. 언제나처럼, 나는 불놀이를 즐기며 캠핑을 마무리 하고, 일상의 모든 지친 것들을 다 태워버린 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10월을 맞이한다...


캠핑장 총평 :

1. 아이가 있다면, 어쨌든 우리 site가 최적. 다른 곳은 데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데크 뒷편이 깎은 듯 비탈과 연결되고, 사이트가 넒지도 않다. 캠장에서 우리가 제일 넓게 사이트를 차지하고 지냈고, 지나가는 사람들 중엔 우리 사이트가 가장 명당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만, 숲속의 비박 같은 느낌을 원한다면 필히 다른 자리를 예약해야만 한다.

2. 아... 이런 화장실 처음이었다. 일단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다시 슬리퍼를 신고 화장실에 들어가야 한다. 샤워실도 똑같이 신발 벗고 들어간 후 옆문으로 연결되는 형태. 2년 동안 통틀어서 가장 깨끗한 화장실이었다. 

3. 뜨거운 물도 콸콸 잘 나온다.

4. 우리 사이트에는 해먹 걸 나무가 없다. 나무다 모두다 어림... 숲 속은 어떨 지 모르겠다.

5. 기회가 되면 또 가보고 싶은 캠핑장!...이지만 내가 또 가기에는 너무 멀다... ㅠ.ㅜ

올해의 여섯번째 캠핑은, 화성 해솔마을오토캠핑장!

추석연휴 직후의 주말에 가는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므로, 늘 그렇듯 경기 서부권에서 캠핑장을 물색하기 시작. 
아직은 캠핑 초보라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다양한 곳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늘 새로운 곳을 찾아보게 되는...
나는야 캠핑 하이에나...? ㅋㅋ 

처음엔, 파주나 가평쪽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남편께서 "낙조!"를 강하게 주장하신다.
거의 자기 주장을 하지 않고, 나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고 맡기는 남편인, 어느날 필 꽂혀서 무언가를 '주장'하시게 되면, 난 꼭 따라주어야 할 것만 같은 강박에 사로잡힌다. 혹시, 남편은 이걸 노리는 걸까...? 흠흠...

어쨌든, 낙조와 캠핑장을 핵심어로 해서 열심히 인터넷의 바다를 헤엄친 결과 찾아낸 해솔마을오토캠핑장. 
사실, 낙조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캠핑장은 비교적 많이 있었지만, 내가 정말 원한 건 우리 사이트에 앉아서 낙조를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리 제끼고 저리 제끼다가 강화도의 한 캠핑장과 이곳으로 결정. 결정의 근거는 순전히 사람들의 후기에서 보이는 사진과 캠장 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사진들. 하지만, 하지만...

속지 말자 사진빨!!! 

맘에 들 정도의 낙조를 위해서는 결국 바닷가로 걸어 나가야 하는 수밖엔 없었다는 것. 어쩔 수 없지. 저렴한 가격에 너무 많은 걸 바랬던 거야. ㅜ.ㅠ

이번 캠핑의 백미는... 전날 과음하신 남편께서, 머리를 깨끗이 비운 채 짐을 싣는 바람에 매트와 전기요를 집에다 놓고 온 것. 날씨가 다행히 춥지 않아 전기요는 상관 없었는데, 매트 없이 잘 수는 없는 노릇. 다시 집에 갔다 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포기하고 있던 찰나! 급작스러운 회사 일 때문에 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시누이가 매트를 두 장 사오는 걸로 급 마무리. 사실, 나는 남편에게 벌칙 겸 꼭 집에 다녀오도록 만들고 싶었으나, 오빠를 아끼는 아가씨의 지극한 사랑에 그냥 져주는 걸루다가... ㅋㅋ  이봐, 남편. 아가씨 아녔음... 알지?!?!?!  


다행히 매트도 해결되었겠다... 사이트 구축 다 끝내고 맥주 한 캔씩 비우고, 음악 틀어놓은 채 한판 늘어지기... 타프의 네 귀퉁이를 두 줄로 잡아 당겨 각을 더 살려보겠다며 스트링을 사달라고 하더니, 그냥 이번에도 한줄로. 그런데도 제법 각이 나오는 걸 보니, 남편의 실력이 늘어가고 있는 건 맞는 모양. ㅋㅋ


이번 캠핑의 야심작. 트라이포드 해먹 스탠드!!! 

한쪽은 나무에 달고 한쪽은 이렇게 삼발이로 해서 고정을 하면 해먹 달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지난번 해먹 스탠드를 남편이 너무 부담스러워해서, 결국 추가로 구매. 내가 구매한 건 정확히 '콤비네이션 해먹스탠드'로 저런 폴대가 네개가 온다. 만약 나무가 하나도 없다면 폴대 두개를 양쪽에 놓고 스트링으로 고정해서 해먹을 달면 되고, 나무가 하나라도 있다면 이렇게 삼발이 형태로 연결해서 스트링 없이 해먹을 달 수 있다. 그리고 해먹을 떼면, 저 삼발이는 더치오븐용 삼발이 또는 랜턴걸이로 활용할 수도 있다. 완전 멋지다!!! 그런데, 한번도 연습해보지 않고 바로 들고 나가는 바람에, 일부 나사 불량과 조립방법 몰이해로 다소간 고생을... ㅋㅋㅋ 그래도, 여튼 맘에 든다. 그리고 이번에도 한몫 단단히 했고. 


철조망 구멍에 핸드폰 카메라를 맞추어 장애물 없이 해변을 찍어 봄... 그냥 이런 풍경이 바로 보이면 더할나위 없었을 텐데... 생각할수록 아쉽지만, 이곳이 군사작전지역이라 캠장 주인도 어쩔 수 없을 듯.


낙조를 보러 나갔다. 역광이라 사진은 엉망... 여튼, 아이들은 신났고, 새로 갤럭시5를 장만한 남편 또한 카메라의 성능에 감탄하며 사진찍기 놀이에 집중. G3 카메라가 갑인 줄 알았드만 갤럭시5 카메라도 훌륭하다. 남편의 이전 폰인 갤2, 그리고 나의 옵티머스LTE2 따위와는 비교 불가. G3를 사든가 아이폰6를 얼른 사서 배틀 붙여봐야겠다. 


그래도 이 정도의 사진을 건졌으면, 내 폰도 훌륭하지 않은가! 적어도, 옵티머스LTE2의 카메라가 갤2의 카메라보단 열배 이상 낫다. ㅋㅋㅋ  올해 말쯤 되면 다시 생각날 것 같은 낙조. 하지만, 저 수평선 위에 얕게 깔린 구름 때문에, 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해는 보지 못했다. 2% 아쉬웠달까... 어쨌든, 이 정도의 낙조를 본 것만으로 캠장의 모든 아쉬움은 날려버려야겠다. 


캠핑장 총평 :

1. 숲속 사이트는 거의 난민촌 수준이다. 너무 다닥다닥 붙어서 사생활 따윈 없다. 바다운동장 사이트도 완전 땡볕. 타프 없이 불가능한 곳. 여름엔 비추다. 그 외의 사이트는 평범... 숲속사이트의 경우 해먹 달 곳은 많다.

2. 화장실 수와 개수대 수가 좀 부족한 편. 화장실은 그런대로 길게 기다려보지 않았으나, 개수대의 경우 오는 날 아침 먹고 설겆이하는데 줄 서서 기다리고... 우리 뒤에서 기다리니 또 마음 불안하고... 게다가 10시에 온수가 끊겨 10시 조금 넘겨 갔더니 찬물로 설겆이를 함. 기름 때 없애느라 고생했다.

3. 화장실 휴지 없음. 화장실 청결도 보통. 샤워실 이용해보지 않았음. 온수는 하루 세번 정해진 시간에만 나옴.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를 사야 함.  

4. 밤줍기 체험도 하고, 수영장도 있고, 작지만 놀이터도 있고, 8시에는 애니메이션 상영도 한다. 아이들이 놀기엔 심심치 않을 듯.

5. 벌레는 많지 않은 편이었음. 시기가 9월 초라서 그랬을까...  

6. 예전에 씨랜드 참사가 있었던 휴양시설 자리라고 함. 하지만 뭐 그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음. 인천/부천권에서 가까운 게 최고의 장점. 한시간 정도 걸리는 듯.

6. 한 번 가본 것으로 만족. 

또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면장은... 면의 리더가 아니었던 것이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8202130345&code=990100&nv=stand


... 그러나 ‘알아야 면장이라도 한다’에서 ‘면장’은 면장(面長)과는 전혀 상관없다. 학식이 있어야 담벼락을 대하고 있는 것과 같은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즉 사람이 어떤 일을 하려면 그와 관련된 지식이 적당히 있어야 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기사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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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 하종강 | 김현수 | 최혁진 | 고원형 | 강도현 | 송인수 (지은이) | 시사IN북 | 2014-06-25


정혁이를 임신했을 때였다. 회사에서 그룹차원의 행사가 있어서 이천에 있는 연수원에 가서 1박 2일을 하고 왔다. 그 행사의 마지막은 늘 연예인 초청 공연. 그날의 마지막 공연은 윤도현 밴드였다!!! 복권 당첨과 같은 기쁨을 느끼며 그 시간을 학수고대했으나, 8개월의 배를 내밀고 펄쩍펄쩍 뛰며 공연을 즐기기에는 무리였다. 그저 아쉬운 마음 달래며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야광봉 흔드는 데에 만족할 뿐... 

공연이 너무 감동적이어서였을까. 갑자기 내 아이들이 나중에 윤도현처럼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으로 뜬금 없는 생각이긴 했는데, 윤도현같은 뮤지션이 되기를 바란다기보다, 그냥 저렇게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 전혀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행사에 의무감 하나로 끌려 와서 앉아 있던 나와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부러움을 느껴셔였을 수도 있겠다. 자리에 앉아서도 공연이 끝난 후 임원들의 가실 일을 걱정하고, 대리기사들 연락처를 챙겨야 하는 내가 바라본 윤도현은 '자유' 그 자체였다. 그는 그 순간에라도 훨훨 날아 하늘로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유로운 영혼으로 여겨졌다. 

그 때부터 아이들을 볼 때마다 늘 소망했었다. 이 아이들이 수학문제 더 잘 풀고, 영어 단어 더 외우는 데에 절대 연연하지 않으리라. 이 아이들이 정말 자신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 지 발견할 수 있도록 도우리라... 하지만, 나 또한 이제 이 사회의 기성 세대가 되고, 근심만 잔뜩 짊어진 부모가 되다보니 마지막 한 가지 걱정은 덜어내기가 정말 어려웠다. 그것은 바로 '먹고 사는 것'. 워낙 먹고 사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라 88만원 세대, 3포세대 등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보니 애들이 자기들 밥벌이라도 하려면, 그래도 공부는 좀 잘하도록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곤 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게 다 무어야, 일단 안정적인 밥벌이가 최고 아닐까 하는 꼰대적 발상이라고나 할까. 

물론, 이 책이 그에 대한 속시원한 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나 자신에 대해서 다짐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고, 그 어떤 것이든 열심히 하고 최고가 된다면 돈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는 것. 며칠 전 TV에서 보았던 힐링캠프에서 어느 탤런트도 그 말을 했다. "돈을 쫓아다녔더니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그러다 깨달았다. 최고가 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을...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최고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러니 먹고 살 수 있게 되더라..." 

무엇보다, 사회가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도 궁상맞게 보이지 않고, 돈을 조금 적게 번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지 않을 수 있기를. 돈이라는 기준으로 손가락질 하는 세상이 되지 않기를. 자기가 버는 돈 만큼 사회적으로 대접받는 세상이 아닌, 사람의 크기만큼 대접받는 세상이 되기를. 돈을 적게 가졌다고 해서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기를... 나 또한, 세상이 그렇게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 아이가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명예를 얻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기를.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것을 통해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저 말 없이 뒤에서 응원해 줄 수 있기를...

이 책이 의미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Second Life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고, 그 고민의 기준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 지도 정리해볼 수 있게 되었다. 대안학교,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병들어가고 있는 지금의 사회를 회복시킬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다. 


[본문 중에서...]

"시험 성적과 등수로 경쟁하지 않는데 학생들이 공부를 할까요?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가르치면 됩니다. 등수 개념이 없는데도 우리나라보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높게 나오기도 합니다. 독일은 아예 학업성취도 평가를 중요하게 보지 않습니다. 한때 '세계 최고의 교육'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그렇게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결국 히틀러라는 괴물을 탄생시켰다는 반성으로부터 새로운 교육을 시작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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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승자뿐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에 유익하려면 두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첫째, 그 경쟁이 공정해야 합니다. 핀란드 교육의 특징은 한마디로 극단적인 평준화입니다. 우리 나라로 치면 강남 8학군 학교나 저 시골 분교나 학교 시설, 교사 수준, 수업 내용 모두가 극단적으로 균일하다는 말이죠. 다른 말로 하면, 부잣집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남보다 유리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없앤 겁니다. 

두 번째, 탈락자에게 계속 패자부활전 기회가 보장되어야 해요. 시험을 봐서 공부 잘하는 1등을 뽑을 수도 있죠. 그러면 나머지 학생들 중에서 노래를 잘하는 학생, 운동을 잘하는 학생, 마음이 따뜻한 학생, 이웃의 불행에 대해 관심이 큰 학생들에게도 1등 기회를 줘야죠. 그래서 한 반 30명 모두가 1등이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누구는 공부를 잘하고, 누구는 노래를 잘하고, 누구는 운동을 잘하고... 이걸 어떻게 비교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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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들의 실패는 없고 학교와 교사의 실패만 있을 뿐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실패가 권리에요. 젊은이들에게 실패는 권리죠. 실패는 우리의 권리고 실수는 기회입니다. 실패와 실수는 우리의 친구예요. 좀 더 정의롭고 훨씬 더 따뜻한 사회라면 실패와 실수를 환영합니다. 청소년과 청년에게 있는 재능을 어떻게든 찾으려고 다 같이 노력해야 해요. 재능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열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그 아이의 재능을 찾아주는 게 사회가 할 일이고 어른이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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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목에서 장일순 선생님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선생님은 싸구려 다방에 가서 티백녹차를 마셨습니다. 선생님을 찾아온 환경운동가가 티백녹차는 농약이 잔뜩 들어간 것이라고 하자 호통을 치셨어요. 선생님께서는 그 싸구려 다방에서 일하는 분들이 유기농 녹차 이상으로 소중했고, 또 유기농 이전에 농민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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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시마 전무는 "협동조합이 자립해야 한다고 하는데 자립이 무슨 뜻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자립은 서로 기대어 서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어요.



아이들과 자려고 누워서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말했다.

"수혁아... 내년이면 수혁이가 초등학생이 되는구나~"

그러자 정혁이가 묻는다.

"엄마, 나는? 나는 내년에 뭐가 돼?"

"응... 정혁이는 내년이면 유치원 학생이 되지!"

그러자 다시 묻는다...

"그럼 다섯년에 난 뭐가 돼?"

"아... 정혁아. 다섯살 말하는 거야? 정혁이는 지금 다섯살이쟎아."

"아니아니... 내년에 유치원생이 되면 다섯년에는 뭐가 되냐구..."

"?!&#@^%!(#!^%&#!"

그러다 떠올랐다.

내년 --> 네년... 따라서 그 다음엔 다섯년. 네년 전에는 세년.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배꼽잡고 눈물 흘리며 웃어보았다.

정혁아. 내년 다음엔 다섯년이 아니구 내후년이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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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에 수혁이가 웅진플레이도시에 놀러 갔다가 미끄럼틀에 입을 부딪히면서 아직은 흔들리지 말아야 할 윗니(가운데 바로 옆)가 흔들려서 걱정을 했다. 그런데 다행히 그것은 다시 괜찮아졌고, 오른쪽 제일 큰 앞니만 제법 흔들리고 있는 상태... 물론 치과에 가면, 그 정도만 되도 뽑자도 달려들 것 같긴 하지만 수혁이는 늘 할아버지가 뽑아줘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일단 놔두고 있던 상태...

그런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수혁이가 아랫니가 흔들린다고 하는 거다. 난 아래 두개 빠지면, 위에 두개 빠지는 것이 순서인 줄 알았기 때문에, 갑자기 아랫니가 흔들린다고 해서 좀 놀랬다. 그런데 만져보니, 이건 뭐 거의 뽑히기 직전 수준. 잠시 까먹고 있다가 어젯밤 할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고 뽑아야 하냐고 여쭤보라고 했다. 아버님은 늘 그렇듯, 어디 한번 보자시며 몇번 흔들다가 그냥 툭 뽑아내셨다. 그런데 이번엔 위치가 약간 옆인 데다가 워낙 크기가 작으니 아버님의 큰 손으로 쉽게 하기 힘드셨는 지, 피가 다른 때보단 좀 많이 났다. 

어쨌든, 요맘 때쯤엔 아래 네 개, 위 두 개 정도 빠지는 게 맞다고 하니 내가 생각했던 순서와는 좀 다르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듯. 이쁘게 나와 주어야 할 텐데...^^ 


세번째 이. 다른 때와 달리 피가 많이 묻어 있다.


처음으로 빠진 자리에 솜을 물어 지혈을 했다. 빠진 자리도 무척 선명. 

뻥~ 뚫렸구나~ ^^


계속 흔들린다고 신경 쓰더니, 뽑고 나서 좀 시원섭섭한가... 저런 묘~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어쩌면 저렇게 사랑스러운 모습일 수 있는 지!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이 아이의 모든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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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수혁이의 친구네 가족들과 함께 한 여름방학 캠핑... 

두달 전에 날짜를 결정하고, 장소까지 예약 완료. 마지막까지 장소를 놓고 고민하다가, 왠지 이름에서 끌리고, 지인의 추천도 있고 해서 과감하게 결정~! 처음으로 데크를 사용해보는 캠핑이라, 미리미리 스트레치 코드와 데크팩까지 완비. 

목/금/토의 일정이다보니, 다른 때와 달리 좀 여유를 부렸다. 역시나... 외곽을 타기 직전과, 외곽에서 내려 국도를 타니 차가 막힌다. 확실히 휴가철이군. 목요일 오전에 차가 막히다니... ㅠ.ㅜ 휴가철엔, 토요일과 마찬가지로 늘 일찍 서둘러야 한다는 귀한 교훈을 얻은 걸로 만족.


우리가 자리한 곳은 삼나무 구역. 아이들이 있다보니 편의시설 가까운 곳으로 일단 선택. 같이 간 일행들이 모두 코베아 퀀텀골드였기 때문에 데크가 커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보니 물가쪽이 아닌 통로쪽으로 선택. 그런데 뭐 굳이 물가쪽이 아니어도 큰 불만은 없었다. 삼나무들이 튼실해서 해먹 걸 곳이 많았다는 것도 좋고... 우리는 텐트를 친 후 차를 주차장으로 빼라 했으나, 나중엔 주차장이 꽉 차 늦게 들어온 사람들은 사이트 옆에 그냥 차를 두도록 했다는...

어쨌든, 저 펼침막의 문구처럼... 캠핑을 다니고,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그 순간은 정말 너무도 아름답다...^^


정말 날이 좋아서, 날짜 한번 기가 막히게 잡았다고 감탄을 했었다. 물론, 내 의지로 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 방학을 고려하여 어쩔 수 없이 잡힌 일정이지만... 그런데 텐트를 막 다 쳤을 무렵... 급격하게 어두워지더니, 저 산너머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는 게 눈에 확 들어오고, 어어어~ 하는 순간 쏟아 붓는 비. 두어시간 정말 정신 없이 쏟아 부었다... 


비가 잠시 소강 상태일 때 얼른 다시 타프를 치고, 의자들 피난... 


일행들의 텐트... 쌍둥이같은 퀀텀 골드. ㅋㅋㅋ 

저 사이로 보이는 타프는 관리실의 타프. 그 왼쪽은 외부 관리사무실? 매점에서 뭘 사도 저기서 결제를 해주신다. 매점엔 기본적인 것들이 어느 정도 구비되어 있어서 유용하다. 아이스크림도 사먹었다.


비 온 뒤의 상쾌함... 땅도 비교적 금방 마르고, 비가 그치자 아이들은 짧게 계곡에 가서 물놀이도 하고 왔다. 


울창한 삼나무 숲... 그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 자연이 주는 상쾌함... 그늘과 햇빛 비치는 곳의 온도 차이는 극과 극. 등은 따가울 정도로 더운데 얼굴은 시원한 상황을 여러번 경험했다.


옆의 계곡. 제일 깊은 곳은 어른 엉덩이 정도? 아이들이 노는 곳은 천연 수영장처럼 계곡물이 고였다가 흘러가는 곳이다. 이 천연 수영장의 아래 위로는 무릎 정도 높이의 계곡이 있어서 거기서도 많이들 논다. 손가락 만한 물고기들도 보이는 비교적 맑은 물. 그러나 사람이 걸어다니면 흙이 일어나고, 나뭇잎같은 부유물이 많아서 거울같이 맑은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 노는 데는 문제 없음...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는 건물. 화장실에 비데도 있다. 놀라워라~  수압이 좀 약하다는 게 단점이지만 그럭저럭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 저 건물 뒤로 개수대가 있는데, 물을 틀면 펌프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거의 폭주족 수준. 설겆이하면서 대화하려면 목이 아플 지경. 이러다 난청되는 거 아니냐는 농담까지 주고 받았으니, 여지껏 이런 개수대는 경험해본 적 없었다. ㅋㅋㅋ


이번엔 숯불에 고기를 굽지 않았다. 그대신 우리의 구이바다가 전천후로 활약을 많이 했다. 첫날 삼겹살 구이, 둘째날 볶음밥과 불고기까지... 그렇다고 불놀이를 안 할 순 없지. 둘째날 불 피우고 고구마를 구웠다. 구운 고구마는 다음날 아이들의 아침식사가 되고... 일행이 새로 장만한 빔프로젝터로 모닥불 옆에서 '수상한 그녀' 관람. ㅋㅋㅋ


어른들 텐트 걷을 동안 아이들 입에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려줌. 조용하고, 걸리적거리지 않아 좋다~! ㅋㅋ


다른 가족이 찍길래 우리도 찍어본 가족 사진. 그런데, 하필 정혁이가 졸려서 짜증내며 도망가버림. 완전한 가족사진이 아닌 게 좀 아쉽지만... 그건 다음 캠핑 때 찍어보기로. 이제부터, 캠핑 때마다 가족 사진 한 장씩 찍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캠핑장 총평 :

1. 데크가 널찍 널찍 참 좋은데, 타프 칠 공간이 애매할 수가 있다. 사전에 잘 알아보고 가야 한다.

2. 주인장들께서 관리를 열심히 하시고, 매우 친절하시다. 화장실과 샤워실도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고, 비데 있는 캠핑장은 첨 봤다. 물론 나의 캠핑 경력이 아직 일천하긴 하지만...^^;;

3. 샤워실에서도 뜨거운 물이 잘 나온다. 여러 사람이 쓰면 물살이 좀 약하긴 한데, 그렇다고 못할 정도는 아니다.

4. 각 사이트의 끝은 편의시설 사용이 좀 멀 수도 있으므로, 각각의 형편에 따라 사이트 선택을 잘 해야 할 듯. 삼나무 구역은 해먹 걸 곳도 많고 그늘도 비교적 충분한 편. 타프 없이 텐트의 플라이만 있어도 상관 없을 듯. 파쇄석 쪽은 그늘 없는 곳도 있다 하니 사전 문의 필수.

5. 벌은 좀 많았으나 모기 및 다른 날벌레들은 많지 않았음.  

6. 기회가 되면 또 가보고 싶은 캠핑장!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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