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레 노이하우스 (지은이) | 김진아 (옮긴이) | 북로드 | 2011-02-11 | 원제 Schneewittchen muss Sterben


원래 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인데, 회사가 농번기에 접어 들기도 했고 이래저래 머릿속이 정돈되지 않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빠져들 책이 필요했다. 마침, 회사 동료가 재밌다고 권한 책은 이 책의 저자가 쓴 연작, 이름하여 타우누스 시리즈.

그 동료도 이 책이 너무 좋아 시리즈를 모두 구매할 예정이라며, 1권부터 빌려줄 테니 읽어보라고 했다. 정작 넬레 노이하우스를 유명세에 올려 놓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아직 입수하지 못했다고 하기에, 그럼 1권부터 읽어보기로 생각하고 받은 책은 '사랑 받지 못한 여자' (원제 Eine unbeliebte Frau, 2009년).

그리고 정말 빛의 속도로 - 물론 다른 사회과학 서적이나 인문학 서적에 비해서 - 읽어내린 후, 연달아서 '너무 친한 친구들', '깊은 상처' 까지 읽었다. 그리고 네 번째 작품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까지, 기대와 흥미 속에서 읽어 내렸다. 누군가 이 책들에 관심이 있다면, 나는 당연히 1권부터 읽기를 권한다. 그 이유는 첫째, 작가의 필력 또한 책을 써가면서 성장했기에 나중에 쓴 책을 읽은 후 1,2 권을 읽으면 좀 밋밋한 느낌도 들고 스토리가 단순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둘째로, 각각의 책에서 다뤄지는 사건 못지 않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들의 개별 스토리 또한 흥미롭기에 주인공들의 결말을 먼저 아는 것만큼 싱거운 건 또 없을 터. 따라서 이 책에 관심이 있고,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1권부터 찬찬히 읽어보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는 갈수록 조금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사회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라든가 혹은 시대상을 반영한 내용으로 사건을 구성해 나간다. 그런 측면에서 난 이 작가에게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저 단순한 개인적 사리사욕에 얽힌 사건이 아니라, 그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어떤 사건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사건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3권의 깊은 슬픔의 경우 독일 사회를 말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나치과 여전히 독일 사회에 생채기로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풍력 발전사를 둘러싼 의심들, 아동 학대 등을 모티브로 삼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어떤 사건도 개인 간의 원한과 복수로 끝나지 않고, 사회경제적으로 그럴 둘러싼 권력의 힘과 부당한 힘의 남용, 국제적인 커넥션, 부당한 배후세력 등에 대해서 빠짐 없이 다룬다. 그렇기에 이 소설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읽으면 읽을 수록 빠져들면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사건과 그를 둘러 싼 추리의 세계로 빠져들고 싶을 때, 충분히 만족 시켜줄 수 있는 소설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표지 또한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나타내고 있는데,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일관성을 가지고 있어서 한 명이 디자인 한 줄 알았으나 그것은 아니었다. 주제와 벗어나긴 하지만, 책 디자인 만큼은 우리 나라도 수준급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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