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잡힌 캠핑 일정...  처음에 태안 쪽으로 가려고 계획되어 있었으나, 남편이 회사 일정 때문에 못가게 되어서 취소했다가, 다시 또 갑자기 갈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떠나게 된 가평행.

같이 가기로 계획되어 있었던 일행이, 가평에 터를 잡았다는 소식을 접한 후 급하게 예약을 하고 퇴근 직후 짐을 꾸리고 9시 조금 넘어서 출발. 금요일 밤 9시가 넘은 시간의 가평행은 처음이었는데, 가평이 부천에서 이리도 가까운 곳이었다는 생각을 새삼 했다. 채 두 시간도 안 걸려서 도착한 듯.

밤에 정신 없이 갈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작년 가을에 밤 따러 갔었던 푸름유원지와 비슷한 위치. 푸름 유원지에서 20분 정도 더 올라가니 휴림펜션오토캠핑장이 나온다...


우리가 자리 잡은 B18 구역. 왠지 숫자가 맘에 드는 걸~ ^^;; 무엇보다 사이트가 널찍널찍한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타프 하나와 텐트 하나를 멀찍이 쳐놓고도 남아도는 공간...


우리 구역은 엄밀히 말하면 강가 바로 앞 줄은 아니었고, 이 텐트는 우리 일행의 텐트. 그니까 두 가족이 텐트를 나란히 치지 못하고 앞뒤로 친 형국이랄까. 덕분에 우리 타프는 전혀 쓸모 없는 장식이 되어버림. ㅋㅋㅋ 우리 일정이 변덕이어서 벌어진 일이니 누구를 탓하리오...


오른쪽이 쭉 B 구역들... 저 왼쪽 구석에 조그맣게 보이는 게 우리 차. ㅋㅋ 캠핑장 구경하며 찍은 사진.


저 위의 사진에서 180도 반대 방향으로 뒤돌아 찍은 사진... 이쪽으로 쭉 가면 펜션이 나온다는데, 거기까진 귀찮아서 가보지 않았음...^^


우리집 앞에서 양파링 먹고 있는 수혁이. 개인적으로 저 뒤에 있는 저 텐트가 너무너무 맘에 들었다. 이쁘고... 캠핑홀릭이라고 써져 있어서, 나중에 찾아보았더니 면텐트 스타일인 듯. 가격이 그닥 만만하지 않아서 그냥 침만 꿀꺽.


방방이가 설치 되어 있고, 저녁엔 저 컨테이너 앞에 막이 쳐지고 영화 상영을 해준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겨울왕국을 해줬다고 하고, 그 다음날은 다른 걸 해줬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여튼, 엄마 아빠들을 자유롭게 해주려는 주인장의 배려가 돋보인다.


이것은, 물놀이 시설! 미끄럼틀까지 설치된 간이 수영장은 처음이다. 이 근방의 여느 수영장들과 마찬가지로 지하수를 그대로 이용해서 턱이 딱딱 부딪힐 정도로 물이 차다.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장한 정혁이! 물 속에 혼자 서 있기까지 하다니! 더더군다나, 가슴팍까지 올라오는 높이에서 말이야... 감격의 눈물이 흐르는군...


내려 놓으라는 건지, 안으라는 건지... 어쨌든 앙탈 중이심.


수혁이는 그저 신났다. 수영장이 있을 줄 모르고, 기껏해야 계곡일 거라 생각해서 수영복을 안 가져갔더니만... 여름엔 모든 물놀이용품은 항상 챙겨야한다는 교훈.


120cm 신장의 수혁이에겐 별 것 아닌 물 높이. 튜브나 공이 있었으면 좀 더 오래 놀았을 지도 모르겠다... 미안, 아들.


심지어, 물놀이용 타올도 안 가져온... 그나마 수건이라도 챙긴 게 어디람. ㅋㅋ


한여름에도 쉴 수 없는 나의 불놀이... 난 오로지 이것 때문에 캠핑을 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깐.^^


초등학생 누나들이 학교에다 제출할 그림 한 장은 만들어줘야 하기에 들러본 생태전시관. 규모가 작아도 얼마든지 알차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참 아쉽다...


그저 만지작거리고, 불이 번쩍 거리면 무조건 신나는 사내 아이들. ㅋㅋ


이번 캠핑의 백미! 텐트 철수하다 벌에 쏘인 자국. 그냥 벌에 쏘인 자국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저 빨간 게 덜 빠진 벌침이라는 건 며칠 후에 알았다. 결국 피부과 가서 레이저로 지져서 꺼냄. ㅠ.ㅜ 다음 캠핑부터는, 응급약품 Kit를 가지고 다녀야겠다. 생각해보니, 너무 노는 데만 정신 팔렸던 듯...


캠핑장 총평 :

1. 이곳 역시 금요일이 아니면 좋은 자리 맡는 건 불가능인 캠핑장이라 함. 그나마 우린 금요일 밤에 부랴부랴 출발해서 11시 30분쯤 도착했고, 그것도 미리 간 일행이 곧 온다고 자리를 맡아 놓아서 가능했던 일... 나중에 금요일 휴가를 내거나 동계가 아니고서는 명당은 포기해야 하는 캠장...

2. 가장 인상적인 건 화장실. 전용 슬리퍼로 신발을 갈아 신고 들어가야 함. 주인장께서 관리 정말 열심히 하시는 편임. 아무래도 신발을 갈아 신으니 화장실 바닥도 깨끗하고 좋은데, 문제는 캠퍼들... 여자 화장실이다보니 아이들이 아무래도 많이 이용하는데, 엄마들이 자기들은 갈아 신으면서 애들은 그냥 들어가게 해서 시간이 좀 지나면 바닥이 조금 지저분해지곤 했다는 것. 서로서로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데 정말 아쉬운 부분. 주인장께서 아이들 슬리퍼까지 비치를 해놓았기 때문에 더더욱 아쉬운...

3. 뜨거운 물 개수대가 따로 있는데, 별로 안 넓어 보여서 여름이 아닌 계절은 어떨 지 잘 모르겠음. 여름이야 어차피 뜨거운 물 쓸 일 거의 없으므로 불만 없이 개수대 사용. 

4. 샤워실에 마른 옷을 놔둘 곳이 없다는 게 흠. 매우 좁고... 하지만 뜨거운 물은 잘 나옴.

5. 벌이 많았고, 파리도 많았음. 밤나무 숲이기 때문에 벌이 많았던 것 같은데, 파리는 왜 많았던 건지... 

6. 가뭄이 심해서, 바로 옆 계곡 물이 말랐음... 마른 물 고인 곳으로 내려갔다가 꽃뱀 발견... 나중에 불쏘시개 구하러 숲 쪽으로 갔다가 독사도 발견. 주인장 말씀으로도 뱀이 좀 있는 곳이라는데... 쩝쩝.

7. 기회가 되면 또 가보고 싶은 캠핑장! 가평이 좀 더 가까우면 얼마나 좋을까... 사이트를 선착순으로 잡아야 하는 안타까움만 없으면 더 좋겠지만, 사시사철 무리 없을 것 같은 캠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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