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정혁이가 하는 말.

"엄마, 난 6살부터 카스테라를 떼고 앉을꺼야!"

"???"

우리의 통역 전문가 이수혁 군...

"엄마, 정혁이가 카시트 얘기하는 것 같아..."

#@ㅕ#^#&*@#ㅒ....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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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혁이가 심심하면 무조건 내뱉는 말, "나 귀여워~?"

단순한 귀여워가 아니고, 양 손을 얼굴에 대고 일정한 톤의 성조가 있다. 

처음엔 너무 웃기고 귀엽고 그래서 귀엽다고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었는데, 이건 뭐 심심하면 물어보니 어느 순간은 귀찮아지기도... 1~2주 전쯤엔 너무 바쁘고 정신 없는데 쫓아 다니며 귀엽냐고 묻길래, 나중에 "귀엽긴! 시키는 것도 안 하고! 하나도 안 귀여워!" 그랬더니 갑자기 울어제끼는 이정혁.

어찌나 당황스러웠던지, 그 다음부터는 무조건 귀엽다고 대꾸를 해준다. 

그렇게 운 다음날, 

"나, 귀여워~?"
"그럼~! 귀엽지!"
"근데, 왜 그 땐 안 귀엽다고 했어?"
"장난이었어... 미안해~"

그리고 그 다음날,

"나, 귀여워~?"
"그럼~ 귀엽지!"
"근데, 왜 그땐 안 귀엽다고 했어?"
"장난이었다니까... 정말 귀여워~"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으음... 이눔의 자식 머리속엔 능구렁이 한마리 정도 들어 있는 듯.

문제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우리 수혁이... 어느날 나에게 다가와 아주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 귀여워~?"

아아... 어쩌란 말이냐, 이 귀여운 것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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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잡힌 캠핑 일정...  처음에 태안 쪽으로 가려고 계획되어 있었으나, 남편이 회사 일정 때문에 못가게 되어서 취소했다가, 다시 또 갑자기 갈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떠나게 된 가평행.

같이 가기로 계획되어 있었던 일행이, 가평에 터를 잡았다는 소식을 접한 후 급하게 예약을 하고 퇴근 직후 짐을 꾸리고 9시 조금 넘어서 출발. 금요일 밤 9시가 넘은 시간의 가평행은 처음이었는데, 가평이 부천에서 이리도 가까운 곳이었다는 생각을 새삼 했다. 채 두 시간도 안 걸려서 도착한 듯.

밤에 정신 없이 갈 때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작년 가을에 밤 따러 갔었던 푸름유원지와 비슷한 위치. 푸름 유원지에서 20분 정도 더 올라가니 휴림펜션오토캠핑장이 나온다...


우리가 자리 잡은 B18 구역. 왠지 숫자가 맘에 드는 걸~ ^^;; 무엇보다 사이트가 널찍널찍한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타프 하나와 텐트 하나를 멀찍이 쳐놓고도 남아도는 공간...


우리 구역은 엄밀히 말하면 강가 바로 앞 줄은 아니었고, 이 텐트는 우리 일행의 텐트. 그니까 두 가족이 텐트를 나란히 치지 못하고 앞뒤로 친 형국이랄까. 덕분에 우리 타프는 전혀 쓸모 없는 장식이 되어버림. ㅋㅋㅋ 우리 일정이 변덕이어서 벌어진 일이니 누구를 탓하리오...


오른쪽이 쭉 B 구역들... 저 왼쪽 구석에 조그맣게 보이는 게 우리 차. ㅋㅋ 캠핑장 구경하며 찍은 사진.


저 위의 사진에서 180도 반대 방향으로 뒤돌아 찍은 사진... 이쪽으로 쭉 가면 펜션이 나온다는데, 거기까진 귀찮아서 가보지 않았음...^^


우리집 앞에서 양파링 먹고 있는 수혁이. 개인적으로 저 뒤에 있는 저 텐트가 너무너무 맘에 들었다. 이쁘고... 캠핑홀릭이라고 써져 있어서, 나중에 찾아보았더니 면텐트 스타일인 듯. 가격이 그닥 만만하지 않아서 그냥 침만 꿀꺽.


방방이가 설치 되어 있고, 저녁엔 저 컨테이너 앞에 막이 쳐지고 영화 상영을 해준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겨울왕국을 해줬다고 하고, 그 다음날은 다른 걸 해줬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여튼, 엄마 아빠들을 자유롭게 해주려는 주인장의 배려가 돋보인다.


이것은, 물놀이 시설! 미끄럼틀까지 설치된 간이 수영장은 처음이다. 이 근방의 여느 수영장들과 마찬가지로 지하수를 그대로 이용해서 턱이 딱딱 부딪힐 정도로 물이 차다. 


물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해 가는 장한 정혁이! 물 속에 혼자 서 있기까지 하다니! 더더군다나, 가슴팍까지 올라오는 높이에서 말이야... 감격의 눈물이 흐르는군...


내려 놓으라는 건지, 안으라는 건지... 어쨌든 앙탈 중이심.


수혁이는 그저 신났다. 수영장이 있을 줄 모르고, 기껏해야 계곡일 거라 생각해서 수영복을 안 가져갔더니만... 여름엔 모든 물놀이용품은 항상 챙겨야한다는 교훈.


120cm 신장의 수혁이에겐 별 것 아닌 물 높이. 튜브나 공이 있었으면 좀 더 오래 놀았을 지도 모르겠다... 미안, 아들.


심지어, 물놀이용 타올도 안 가져온... 그나마 수건이라도 챙긴 게 어디람. ㅋㅋ


한여름에도 쉴 수 없는 나의 불놀이... 난 오로지 이것 때문에 캠핑을 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니깐.^^


초등학생 누나들이 학교에다 제출할 그림 한 장은 만들어줘야 하기에 들러본 생태전시관. 규모가 작아도 얼마든지 알차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참 아쉽다...


그저 만지작거리고, 불이 번쩍 거리면 무조건 신나는 사내 아이들. ㅋㅋ


이번 캠핑의 백미! 텐트 철수하다 벌에 쏘인 자국. 그냥 벌에 쏘인 자국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저 빨간 게 덜 빠진 벌침이라는 건 며칠 후에 알았다. 결국 피부과 가서 레이저로 지져서 꺼냄. ㅠ.ㅜ 다음 캠핑부터는, 응급약품 Kit를 가지고 다녀야겠다. 생각해보니, 너무 노는 데만 정신 팔렸던 듯...


캠핑장 총평 :

1. 이곳 역시 금요일이 아니면 좋은 자리 맡는 건 불가능인 캠핑장이라 함. 그나마 우린 금요일 밤에 부랴부랴 출발해서 11시 30분쯤 도착했고, 그것도 미리 간 일행이 곧 온다고 자리를 맡아 놓아서 가능했던 일... 나중에 금요일 휴가를 내거나 동계가 아니고서는 명당은 포기해야 하는 캠장...

2. 가장 인상적인 건 화장실. 전용 슬리퍼로 신발을 갈아 신고 들어가야 함. 주인장께서 관리 정말 열심히 하시는 편임. 아무래도 신발을 갈아 신으니 화장실 바닥도 깨끗하고 좋은데, 문제는 캠퍼들... 여자 화장실이다보니 아이들이 아무래도 많이 이용하는데, 엄마들이 자기들은 갈아 신으면서 애들은 그냥 들어가게 해서 시간이 좀 지나면 바닥이 조금 지저분해지곤 했다는 것. 서로서로 조금만 신경 쓰면 되는데 정말 아쉬운 부분. 주인장께서 아이들 슬리퍼까지 비치를 해놓았기 때문에 더더욱 아쉬운...

3. 뜨거운 물 개수대가 따로 있는데, 별로 안 넓어 보여서 여름이 아닌 계절은 어떨 지 잘 모르겠음. 여름이야 어차피 뜨거운 물 쓸 일 거의 없으므로 불만 없이 개수대 사용. 

4. 샤워실에 마른 옷을 놔둘 곳이 없다는 게 흠. 매우 좁고... 하지만 뜨거운 물은 잘 나옴.

5. 벌이 많았고, 파리도 많았음. 밤나무 숲이기 때문에 벌이 많았던 것 같은데, 파리는 왜 많았던 건지... 

6. 가뭄이 심해서, 바로 옆 계곡 물이 말랐음... 마른 물 고인 곳으로 내려갔다가 꽃뱀 발견... 나중에 불쏘시개 구하러 숲 쪽으로 갔다가 독사도 발견. 주인장 말씀으로도 뱀이 좀 있는 곳이라는데... 쩝쩝.

7. 기회가 되면 또 가보고 싶은 캠핑장! 가평이 좀 더 가까우면 얼마나 좋을까... 사이트를 선착순으로 잡아야 하는 안타까움만 없으면 더 좋겠지만, 사시사철 무리 없을 것 같은 캠장. 추천!

#1.

어느 날 퇴근 후... 수혁이가 얘기하기를, "엄마, 나 돈내고 보는 거 하나 봤어."

인터넷 TV의 유료 VOD 서비스를 보았단 이야기인데... 그래서 말해줬다. "알았어. 외숙모가 준 용돈에서 제할께."

그런데 갑자기 드는 의문. 분명히 암호가 걸려 있었을 텐데 어떻게 입력하고 결제를 한 거지?

수혁이에게 묻자 쿨하게 대답한다. "0000 이던데?"

으음. 암호가 너무 쉽긴 했지만, 그걸 눌러봤다는 것이 더 기가 막힌... 쩝.


#2.

또 며칠 후, 잠자리에 누웠는데 수혁이가 고해성사 하기를...

"엄마. 나 오늘 어린이 프로 두 개 봤어."

으음... 하루에 수혁이 정혁이 각자 하나씩 보기로 약속한 것이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다니, 끄응...

"왜 그랬어? 엄마한테 허락도 안 받고 그러면 어떻게 해? 하나만 보고, 두개부터는 엄마한테 전화를 했어야지!"

그러자 수혁이가 가만히 이야기 한다.

"그러면 허락 안 해줄 꺼쟎아..."

맞는 말이긴 하지... 그래도 그렇지, 거참...


#3.

아침에 분명히 아이들 둘다 일어난 걸 보았는데, 준비하다 보니 정혁이가 보이질 않는다.

화장실도 다 찾아보고, 할머니방에도 가봤는데 없고 장난감 방에도 없고, 침대에 다시 눕지도 않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안방 쪽 베란다에 가보니 유리창에 비친 정혁이의 잠옷이 보인다.

"정혁이, 여기 숨었구나!"

난 그때만해도 일종의 숨바꼭질을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보통 그렇게 하면 "왁!" 하고 튀어 나와야 할 아이가 나오질 않는다.

"정혁아... 찾았어. 나와!"

그래도 안 나오길래 내가 직접 들어가서 봤더니...

한 손에는 마이쮸 껍질이 들려 있고,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오물오물 먹고 있다.

아침 먹기 전에 간식을 못 먹게 하니, 숨어서 먹는 잔머리... 

아... 이 아이와 살아갈 날이 참으로 걱정이 된다...


#4.

정혁이가 자려고 누워서 자꾸 내 잠옷 바지의 주머니에 발을 집어 넣는 거다.

보다보다 못해,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하는 말.

"엄마가 너무 귀엽고 예뻐서 그래!" 

아... 정말 할 말 없게 만드는 이 아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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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캠핑은 사설 캠핑장이 아닙니다.

회사 동료의 시어른들 집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뮤즈캠핑장과 똑같은 강화도인데, 시간은 1.5배 정도 더 걸린 듯 하네요. 하지만 그림같이 이쁜 집과, 반만 가져가는 짐으로 인해서 룰루랄라~ 가벼운 발걸음이었습니다.


하얀 집과 가지런한 화분들... 


참숯으로 고기 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숯의 품질이 문제였는지, 습기가 문제였는지, 너무 많이 튀어서 위험할 지경...


텐트도 가져갔지만, 그냥 이 집에 있는 코베아 텐트를 사용하기로...^^;; 함께 야유회를 즐긴 사람들은 밤에 가고, 캠핑은 우리만 하는 거였으니깐 완전 전세캠핑! ^^


타프 하나만 쳐놓고, 한가로운 오후를 즐깁니다~


이번에도 제몫을 다한 해먹스탠드. 정말 본전 뽑고 있는 중...^^ 그러니, 남편. 무겁더라도 너무 투덜대지 말자. ㅋㅋㅋ


저녁을 먹기 위한 고군분투 중... 제발 불 좀 붙어라, 숯아...


에어펌프도 고장이나서 저마다 부채를 들고 불길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 중. ㅋㅋㅋ


즐거운 세번째 캠핑 마무리~ 캠핑을 하는 게 쉬운 건 아닌데도, 또 기다려지는 건 무엇 때문일까나.^^

강화도 뮤즈 캠핑


두번째 캠핑은 아이들 고모네와 함께 강화도 뮤즈 캠핑.

노느라 사진을 거의 못찍었다는 게 에러... ㅋㅋ


자리가 좋진 않았으나, 비교적 넓게 쓸 수 있어서 좋았던... 파쇄석이라 먼지도 많지 않고. 텐트 뒤쪽으로 해먹을 걸고, 해먹스탠드도 놓아서 수혁이와 사촌형이 해먹 위에서 내려오질 않았다...ㅋㅋ


숲속 사이트 구경하고 내려오는 길... 다음엔 이 위쪽으로 꼭 가봐야겠다.


비어캔치킨 시도! 나름 괜찮았음... 다음엔, 화롯대 위에 바로 해도 상관 없을 듯. 저 뚜껑도 알미늄 호일로 만들면 되니깐.



캠핑장 총평 : 

1.토요일 11시에 도착했으나 원하는 자리 못 받음... 제일 밑, 운동장 구석. ㅠ.ㅜ

2.화장실... 휴지 없음.

3.개수대 수는 적지 않으나, 하나가 고장된 채 방치되고 있었음. 뜨거운 물 콸콸 나옴.

4.샤워장... 경험하지 못했음. 따라서 평을 못하겠음.

5.사이트 밑에 개키우는 곳이 있나본데, 밤늦게까지 개가 엄청 짖어대고, 또 그 개를 엄청나게 때리는 소리가 새벽까지 계속됨. ㅠ.ㅜ

6.소문은 정말 좋은 곳이었는데, 기대가 커서였는지 실망도 매우 컸음. 하지만 산속 사이트들은 매우 운치 있어 보임. 

7.또 갈 의향 있음...!

파주 귀농학교 


2014년 첫번째 캠핑입니다.

아직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서, 전기요는 필수! 아무래도 아이들이 있으니 또 체험 위주로 고르게 되네요. 작년의 오감체험캠핑장에 이어서, 이번엔 파주 귀농학교 캠핑장입니다.


야심차게 장만한 해먹스탠드! 카페에서 싸게 나왔길래 냉큼 잡았는데, 사용 상의 별 무리는 없으나 일단 부피가 좀 크고요... 싼 값을 하느라고, 마감 같은 게 좀 부실하긴 합니다만 저렇게 실외에서 마구잡이로 쓰기엔 딱인 듯 합니다. 이날은 해먹 걸 나무도 없어서 아이들이 낙심을 했는데, 그래도 뭐 나름 아쉬운 대로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했던 뗏목... 세월호 사건 때문에 물에서 노는 게 영 찝찝했지만, 그다지 깊지도 않고 사람들이 많아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돈 안 내고 할 수 있는 전통놀이 체험. 여기서도 시간을 한참 보내고 왔네요...


캠핑장 총평 : 

1.싱크대 충분하고, 화장실 깨끗하고, 칸수도 충분...

2.뗏목과 그네를 비롯한 다양한 체험 가능. 물론 체험은 돈이 들지만, 기본 한 가지 체험은 무료. 놀 거리 많아 좋음.

3.캠핑장 자체로 저녁에 이벤트를 진행함. 아이들이 가서 나름 재미나게 즐기고 왔음.

4.전화로 문의했을 때, 대부분의 구역에 해먹설치 가능이라고 했는데 해먹을 설치할 곳이 없었음. 결국 우리 해먹스탠드로 해결. 연못 주변의 사이트가 해먹을 설치하기엔 딱인 듯.

5.화장실이 붐비지는 않았지만, 휴지를 제때 제때 보충해주지 않아 좀 불편했음.

6.관리하시는 분은 매우 친절. 매점에 기본적인 것들은 다 갖춰져 있음. 하다못해 봉지믹스커피까지. 

7.또 갈 의향 있음...!

밤에 자기 전에 아이들과 기도를 한다. 

4월 16일 이후로는 세월호와 관련한 기도도 가능한 한 빠뜨리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은 기도하다가
"아직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14명이..."라고 하니 수혁이가 툭 치며
"엄마. 13명." 이라며 정정해 준다. 

너무나도 기특한 수혁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부터 뉴스에 유난히 관심을 보이고,
어느 날은 유치원의 칠판 가득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와 구명정들, 구조헬기들을 그려놓아
선생님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댄다. 그만큼 너무나도 강렬하고 충격적인 기억이었겠지만,
수혁이가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그대로 마주하면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와 함께 기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특하고 감사하다.

나의 기도가 아이에게 닿았다는 것이 감사하고, 아직 일곱살 순수한 아이의 기도가 분명 하늘에 닿을 것이란 생각에 감사하다.


한 명도 남지 않을 때까지 계속될 기도,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추모의 방식이고 이렇게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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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식목일이 있던 토요일.

수혁이는 태권도학원에서 하는 과자파티에 가겠다고 했다. 난 수혁이를 데려다주고 생협에 가서 장을 봐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정혁이를 집에 두고 갔다. 물론 집엔 아빠가 있었다. 그런데 정혁이는 그게 정말 싫었는지 계속 나에게 전화를 걸어댔다. 

생협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할 때쯤 또 온 전화.

"엄마 언제 와?"

"응... 엄마 지금 가고 있어."

뭐, 계산만 하면 출발할 테니 그렇게 심한 거짓말도 아니고 해서 그렇게 대답한 후, 나는 차를 몰고 집으로 왔다. 

지하주차장 입구 쯤, 남편한테 온 전화.

정혁이가 나갔다는 거다. 그것도 혼자서... @.@

정혁이 딴에는 지금 나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빠한테 나가자고 했더니 아빠는 대꾸를 안 했고 (여기서부터는 추측이지만) 신발을 신으며 아빠한테 혼자 가겠다고 말을 했으나,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빠는 딱히 대꾸도 안 하고 안 된다고 말하지도 않은 것. 그러자 정혁이는 일단 아빠한테 말은 했으니 그냥 나간 거다. 아빠는 설마 나갔으리란 상상도 못한 채 문 가지고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던 것이고. 나중에 문을 열어보니 이미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버렸고, 남편은 그제서야 나에게 전화를 한 후 정혁이를 찾으러 나갔다.

나도 차를 세우고 정신 없이 찾았으나 보이지 않는 정혁이. 울음 소리도 들리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태권도 학원엘 갔다. 그러나 거기도 없고... 이제 어쩌나 하면서 다리가 풀리려는 찰나,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찾았다고.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알고 보니, 정혁이는 태권도 학원으로 간 게 맞았다. 다만... 아직 태권도 학원 가는 길이 익숙치 않아. 일단 나갔는데 걸음은 자기도 모르게 블럭피아 쪽을 향해서 가고 있었던 것. 다행히 한참 가다가, 이 길이 아니란 걸 깨달았고 다시 되짚어 오다가 1차 단지 정문 앞에서 아빠를 만난 것이다. 티셔츠에 내복바지만 입고, 외투도 없이 5살 꼬마가 왕복 2차선 도로를 건너서 갔다는 것 자체가 정말이지 놀라울 따름. 수혁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정혁이는 겁도 없고 무모하기까지 하니, 앞으로도 이 아이를 어찌 해야 할 지 걱정이 앞선다.

아빠한테 혼나고... 막 우는 정혁이를 안아주면서 어딜 갔었냐고 물었더니 하는 말,

"엉엉... 태권도 학원 가는 길이 생각 안 났어... 엉엉"

ㅋㅋㅋ 아, 귀여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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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혁이는 태권도 삼매경.

2:40 에 피아노를 가서 3:30에 태권도에 가면 4:30이면 끝나는 게 맞으나, 수혁이 스스로 한게임 더!를 선택하여, 5시부터 6시까지 태권도를 하고서야 집에 온다. 4월부터는 유치원에서 방과후 특기적성교육이 시작되는데, 그러면 3:40에 하원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태권도를 한타임밖에 할 수 없어서 지금 매우 아쉬워하는 상태. 방과후 특기적성교육을 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그 때는 하원차량이 없어 개별 하원을 해야 하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그냥 하기로... 

그런데 가만 보면, 태권도 자체를 좋아하는 건지, 거기서 아이들과 노는 걸 즐기는 건지, 아니면 띠 바꾸는 재미로 다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왜 3월엔 심사가 없냐며 툴툴대는 것이 아무래도 띠의 색이 바뀌는 것이 주는 동기부여가 큰 것 같은데, 그런 걸 보면 없는 색깔까지 만들어내서 띠를 바꿔주는 태권도 학원의 서비스는 정말이지 매우 훌륭한 마케팅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여튼, 이유가 뭐든 자기가 꽂혀서 열심히 한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 다만 집에 늦게 오는 게 안타깝지만, 그게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예체능 활동들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블록만들고 책 읽는 건 저녁 먹고 해도 되고, 주말에 해도 되니까. 그저 지금처럼만 하루하루 즐겁게 건강하게 지내주기만을 바랄 뿐.^^


정혁이의 요즘 취미는 전화하기.

여전히 집 전화기의 검색 버튼과 최근 통화목록 버튼을 눌러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화해 소재지를 파악하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부분은, 자기 할 말만 바로 하고 끊어버려서 당황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 주말엔 작은이모한테 전화를 했는데 안 받은 모양. 나중에 부재중 전화를 보고 이모가 다시 전화를 했더니 
"아까는 왜 전화 안 받았어?"
"응... 이모가 학교에서 형아들 가르치느라 전화를 못받았어."
"응... 난 지금 밥 먹어서 전화 못받아. 끊어."
그리고 대답할 여유도 없이 바로 끊어진 전화. ㅋㅋㅋㅋ

가끔 전화를 하면 ARS 음성이 나올 때가 있다. 전화를 안 받아도 그렇고, 전화기가 꺼져 있어도 그런 멘트가 나오는데, 정혁이는 그걸 "전화기가 화낸다"라고 표현한다. 감정 없이 기계음으로 나오는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가 정혁이에게는 화난 것으로 들리나보다. "그렇게 자꾸 전화하면 전화기가 화내지~~~?", "엄마가 받을 수 없을 때 전화하면 전화기가 화내지?", "아까 아빠한테 전화했는데 전화기가 화냈어." 뭐, 이런 류... 그저 귀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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