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 | 하종강 | 김현수 | 최혁진 | 고원형 | 강도현 | 송인수 (지은이) | 시사IN북 | 2014-06-25


정혁이를 임신했을 때였다. 회사에서 그룹차원의 행사가 있어서 이천에 있는 연수원에 가서 1박 2일을 하고 왔다. 그 행사의 마지막은 늘 연예인 초청 공연. 그날의 마지막 공연은 윤도현 밴드였다!!! 복권 당첨과 같은 기쁨을 느끼며 그 시간을 학수고대했으나, 8개월의 배를 내밀고 펄쩍펄쩍 뛰며 공연을 즐기기에는 무리였다. 그저 아쉬운 마음 달래며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야광봉 흔드는 데에 만족할 뿐... 

공연이 너무 감동적이어서였을까. 갑자기 내 아이들이 나중에 윤도현처럼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으로 뜬금 없는 생각이긴 했는데, 윤도현같은 뮤지션이 되기를 바란다기보다, 그냥 저렇게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랄까. 전혀 즐거움을 느낄 수 없는 행사에 의무감 하나로 끌려 와서 앉아 있던 나와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부러움을 느껴셔였을 수도 있겠다. 자리에 앉아서도 공연이 끝난 후 임원들의 가실 일을 걱정하고, 대리기사들 연락처를 챙겨야 하는 내가 바라본 윤도현은 '자유' 그 자체였다. 그는 그 순간에라도 훨훨 날아 하늘로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유로운 영혼으로 여겨졌다. 

그 때부터 아이들을 볼 때마다 늘 소망했었다. 이 아이들이 수학문제 더 잘 풀고, 영어 단어 더 외우는 데에 절대 연연하지 않으리라. 이 아이들이 정말 자신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 지 발견할 수 있도록 도우리라... 하지만, 나 또한 이제 이 사회의 기성 세대가 되고, 근심만 잔뜩 짊어진 부모가 되다보니 마지막 한 가지 걱정은 덜어내기가 정말 어려웠다. 그것은 바로 '먹고 사는 것'. 워낙 먹고 사는 게 쉽지 않은 세상이라 88만원 세대, 3포세대 등 신조어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보니 애들이 자기들 밥벌이라도 하려면, 그래도 공부는 좀 잘하도록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곤 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게 다 무어야, 일단 안정적인 밥벌이가 최고 아닐까 하는 꼰대적 발상이라고나 할까. 

물론, 이 책이 그에 대한 속시원한 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나 자신에 대해서 다짐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고, 그 어떤 것이든 열심히 하고 최고가 된다면 돈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는 것. 며칠 전 TV에서 보았던 힐링캠프에서 어느 탤런트도 그 말을 했다. "돈을 쫓아다녔더니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그러다 깨달았다. 최고가 되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을...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최고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러니 먹고 살 수 있게 되더라..." 

무엇보다, 사회가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내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도 궁상맞게 보이지 않고, 돈을 조금 적게 번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무시 당하지 않을 수 있기를. 돈이라는 기준으로 손가락질 하는 세상이 되지 않기를. 자기가 버는 돈 만큼 사회적으로 대접받는 세상이 아닌, 사람의 크기만큼 대접받는 세상이 되기를. 돈을 적게 가졌다고 해서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기를... 나 또한, 세상이 그렇게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내 아이가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명예를 얻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기를. 어떤 선택을 하든지, 그것을 통해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저 말 없이 뒤에서 응원해 줄 수 있기를...

이 책이 의미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는 것이다. 나의 Second Life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었고, 그 고민의 기준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 지도 정리해볼 수 있게 되었다. 대안학교,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 병들어가고 있는 지금의 사회를 회복시킬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귀중한 경험이었다. 


[본문 중에서...]

"시험 성적과 등수로 경쟁하지 않는데 학생들이 공부를 할까요?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가르치면 됩니다. 등수 개념이 없는데도 우리나라보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높게 나오기도 합니다. 독일은 아예 학업성취도 평가를 중요하게 보지 않습니다. 한때 '세계 최고의 교육'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그렇게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 결국 히틀러라는 괴물을 탄생시켰다는 반성으로부터 새로운 교육을 시작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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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승자뿐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에 유익하려면 두 가지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첫째, 그 경쟁이 공정해야 합니다. 핀란드 교육의 특징은 한마디로 극단적인 평준화입니다. 우리 나라로 치면 강남 8학군 학교나 저 시골 분교나 학교 시설, 교사 수준, 수업 내용 모두가 극단적으로 균일하다는 말이죠. 다른 말로 하면, 부잣집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남보다 유리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없앤 겁니다. 

두 번째, 탈락자에게 계속 패자부활전 기회가 보장되어야 해요. 시험을 봐서 공부 잘하는 1등을 뽑을 수도 있죠. 그러면 나머지 학생들 중에서 노래를 잘하는 학생, 운동을 잘하는 학생, 마음이 따뜻한 학생, 이웃의 불행에 대해 관심이 큰 학생들에게도 1등 기회를 줘야죠. 그래서 한 반 30명 모두가 1등이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누구는 공부를 잘하고, 누구는 노래를 잘하고, 누구는 운동을 잘하고... 이걸 어떻게 비교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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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들의 실패는 없고 학교와 교사의 실패만 있을 뿐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실패가 권리에요. 젊은이들에게 실패는 권리죠. 실패는 우리의 권리고 실수는 기회입니다. 실패와 실수는 우리의 친구예요. 좀 더 정의롭고 훨씬 더 따뜻한 사회라면 실패와 실수를 환영합니다. 청소년과 청년에게 있는 재능을 어떻게든 찾으려고 다 같이 노력해야 해요. 재능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열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그 아이의 재능을 찾아주는 게 사회가 할 일이고 어른이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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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목에서 장일순 선생님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선생님은 싸구려 다방에 가서 티백녹차를 마셨습니다. 선생님을 찾아온 환경운동가가 티백녹차는 농약이 잔뜩 들어간 것이라고 하자 호통을 치셨어요. 선생님께서는 그 싸구려 다방에서 일하는 분들이 유기농 녹차 이상으로 소중했고, 또 유기농 이전에 농민 자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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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시마 전무는 "협동조합이 자립해야 한다고 하는데 자립이 무슨 뜻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자립은 서로 기대어 서는 것입니다"라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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