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마지막주 쯤... 부쩍 정혁이가 나이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자다가 중간에 깨서도 나이와 날짜 이야기를 하곤 했다.

"엄마... 오늘밤 자고, 세밤 더 자면 나 여섯살이야?"

"아닌 것 같은데 엄마... 두밤 더 자면 여섯살 아니야?"

"엄마... 이제 내일이면 나 여섯살인 거지?"

끊임 없이 묻고 확인하는 이정혁... 그렇게 여섯살이 되기를 기다렸던 거다.

그러면서 아마, 여섯살이 되면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를 했나보다.

1월 1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정혁이가 자기 몸을 한번 보더니 소리를 지른다.

"이게 무슨 여섯살이야! 어제랑 똑같쟎아!"

그리고 여전히 누워서 자는 형아를 보며 소리를 지른다.

"형아는, 저렇게 작아가지고 어떻게 학교를 가겠어!"

아... 정초부터 큰 웃음 주는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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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달도 더 된 이야기인 듯.


어느 날, 정혁이가 졸려서 매우 기분이 안 좋길래 얼른 양치를 하고 재우려고 화장실로 데려갔다.

양치를 빨리 시킬 마음에, 아랫니를 닦고 한번 뱉고 다시 윗니를 닦던 패턴을 무시하고 빠른 속도로 아래 위를 연달아 닦았다. 바로 거기서 정혁이가 화가 났던 거다. 자기는 뱉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틈도 안 주고 윗니를 닦으니 화가 날 만하긴 했다. 화가 난 정혁이의 행동 시리즈...

1.

다 닦고 물로 헹구라고 하자, 세면대에서 할 수 없댄다. 그럼 어디서 할 것이냐고 묻자 
"물양치 해서 변기에 뱉을 꺼야!" 라고 한다. 
그래서 변기에 뱉으라고 했더니, 고개를 숙이지도 않고 변기를 향해 퉤 뱉어버리는데, 아무래도 서툴다 보니 결국 옷에도 흘리고 변좌에도 흘리고, 변기 안으로 들어간 건 극히 일부분... 
원인 제공을 내가 했으니 뭐라고 말도 못하고... 으이구...


2.

먼저 손을 닦았다. 비누칠을 다 한 후, 수건을 꺼내서 손을 닦으라고 하자 수건에 닦을 수 없단다. 
어디다 닦을 꺼냐고 했더니만, 그 젖은 손을 내 티셔츠에 벅벅 문지르는 이정혁. ㅠ.ㅜ


3.

세수를 해야겠길래 수건을 목에 둘러 주기 위해 "차렷~"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양팔을 벌린 채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이정혁. 결국 그런 채로, 목에 수건을 두르고 세수를 했다.


이 아이 머리속엔 뭐가 들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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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지은이) | 김희정 (옮긴이) | 부키 | 2014-07-08


나쁜 사마리아인부터 시작해서 장하준이 쓴 책은 꼭 사서 보는 편이다. 사실, 이 책은 살까 말까에 대해서 다소 고민을 했는데, 일단 제목이 경제학 강의라 하니 왠지 따분할 것 같았고, 다분히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사마리아인이나 23가지 같은 경우는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날카롭게 지적하고, 그에 대해서 나름의 대안을 내놓으며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워주는 책이었다고 본다면, 그에 비해 그냥 따분한 강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

하지만 이 책 역시, 경제학강의의 형식을 빌었을 뿐 자신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현실 세계의 진단에 대한 책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굉장히 객관적인 척하지만, 알게 모르게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고 있다고나 할까? 물론, 그게 보기 싫다거나 어색하지도 않다. 당연히 책이란, 저자의 가치관이 반영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100% 객관적으로 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고 서술된 책이라는 게 과연 가능할까? 심지어 가장 객관적이어야 할 '국정교과서'라는 것 조차도 일부의 이해관계에 따라 서술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어찌 보면, 그 동안 장하준 교수가 주장하던 바가 이 사람의 영감에 의해 그냥 어느 순간 툭 튀어나온(갑툭튀) 것이 아니라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깊이 파고들어가, 끊임 없이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 속에서 얻어진 식견이라는 것을 강조해주는 책이라고 보는 게 옳을 듯 싶다. 더불어서 경제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 또한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내용 또한 전혀 어렵지 않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두꺼워서 시간은 좀 걸리긴 했지만 피케티의 자본에 비한다면야 새발의 피.^^ 수혁이가 중학생 쯤 되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책장에 꽂아두고 시간 될 때마다 조금씩 다시 펴보고 싶은 그런 책이다. 아이와 함께 공부하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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