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때문에 화내는 게 아닙니다. 스스로에게 화내는 겁니다.

 아이를 바꿔도 화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나를 바꿔야 화가 줄어듭니다. 아이는 배경이고 소재입니다.

 내가 주인공입니다. 내 문제로 생각하고, 내 마음에 집중하고,

 나를 보세요. 그래야 부모로서, 인간으로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가정 내 감정의 하수구인 경우가 많습니다.

 복잡한 일, 속상한 일, 힘겨운 일, 갈등 등 불편한 감정이 쌓이면

 아이에게 흘러갑니다. 아이는 마침 그 때 소재를 제공하지요.

 제일 힘없고 틈이 나기 쉬운 가장 낮은 곳, 하수구에 아이가 있습니다."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243 中)


이 글을 읽다가 섬찟한 마음이 들었다. 

지난 주일 저녁 밥을 먹다가 아이들에게 몹시도 화를 냈었다. 

이유인즉슨, 아이들이 밥을 빨리 먹지도 않고 자꾸 다른 짓을 하면서, 한눈 팔다가 우유를 엎지르기도 하고, 해달라는 반찬을 해주었으나 먹지도 않고, 밥을 다 먹지도 않은 채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러 나가겠다고 나서는 등... 기껏 밥 차려준 사람의 성의를 무색하게 만드는 행동들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글을 읽고 보니, 그 때 아이들은 내 감정의 하수구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스트레스의 근원은 나였다. 나 혼자 밥을 차리는 게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으며, 난 빨리 밥 먹을 것을 치우고 싶었으나 아이들은 시간을 끌었고, 자신의 밥을 먹자마자 일어나 쇼파로 가서 혼자 TV 를 보는 남편이 얄미웠고, 그러면서 왜 나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지에 대한 불만이 솟구쳤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소리를 짜증을 냈고, 나 혼자 분을 못이겨 씩씩거렸다.

왜 밥을 빨리 먹어야 할까?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는 저녁 식사시간만 2~3시간인데 말이다. 왜 밥을 많이 먹어야 할까? 우리 아이들이 유난히 안 먹는 아이들도 아니고, 예전처럼 없어서 못먹는 시대가 아니라 가끔 굶어주는 게 좋다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되기도 하는데 말이다. 내 감정의 근원도 생각해보지 않은 채, 그저 쌓이는 스트레스를 하수구에 배출하듯이 쏟아낸 나의 경솔함에 대해서 깊이 반성을 했다.

그리고 한 가지 결정을 했다. 이제 주말의 우리 가족 식사는 무조건 넷이서 TV를 끄고 식탁에 모여 앉아 한시간이든 두시간이든 함께 하기로. 그리고 모든 사람이 다 마치기 전까지는 아무도 일어서지 않으며, 식사를 하면서 서로 대화를 하기로. 이 결정이 우리 가족을 좀 더 화목하게 만들고 우리 모두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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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 수 없는 것이 자기 몸입니다. 그 몸을 비난하면 아이는 

온몸으로 괴로와하지요. 그런데 이런 말이 요즘 너무 흔합니다. 

외모에 치중하는 사회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하루 10분 내 아이를 생각하다, #184 中)



점점 사회가 이상하게 변하고 있는 지금,

나도 문득문득 우리 아이들이 180은 넘어야 할 텐데, 뚱뚱해지면 어쩌나 하는 류의 걱정을 할 때가 있다.

그만큼 나도 스스로 사람의 '외모'라는 것과, 

그리고 그 '외모'가 결정하는 사회적 지위들 따위로부터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일게다.

어쩌면 루저를 만들어내는 건 부모들이 아닐런지.

계속 노력해야지. 

존재만으로도 얼마나 빛나고 소중한 지 아이들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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