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미치오 (지은이) | 송태욱 (옮긴이) | 삼인 | 2006-01-05 | 원제 なやむ ちから (2003년)


일본에서 정신장애인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인 '베델의 집'에 대한 책이다. 우연치 않게 사회복지사에 의해서 시작된 이 공동체는, 구성원들에게 '치유'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 기다려주고,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가운데에서 그냥 남들과 똑같이 살아가고자 한다.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을 적용하지 않고 그냥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보는 가운데에서 그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보호해야 하고, 병을 가진 사람들은 치료해서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편견일 수 있다고 이 책을 이야기해준다. 장애, 혹은 정신질환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결코 진리일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과정들을 통해 함께 어울리고 자립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과연 그들이 기업체를 운영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것이 기우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우리 나라에서도 한참 이야기되고 있는 장애인들의 자립과 재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립되거나 격리되어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어쩌면 그것은 이른바 정산인의 사회에서는 결코 실현할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일할 수 없는 사람은 자고 있어도 괜찮다는 그런 불평등한 시스템을 일반 사회는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델의 집' 사람들은 알고 있다. 정신장애인 가운데는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병의 증상이 나타나면 일할 수 없게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것을 인정해 안심하고 일에서 빠져도 된다고 보증해주었을 때, 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웠다. 그 자유와 안심이 마지막에는 장사로 이어졌다. 그 누구도 잘라버리지 않는다는 것과 이익을 낸다는 것은 결코 상반된 주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p.95


"눈앞에 있는 사람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그들 안에 있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편안함에 비해 자기 자신이 안고 있는 것은 그 얼마나 하찮고 불안한 균형인가. 그 차이는 대체 뭐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한 순간, 방문자는 그곳에서 거울에 비추어지듯 자기 자신의 모습과 인생을 보고 만다. 자신은 병자와 만나러 온 것이 아니었나. 그런데 병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p.116


"뭐라고 할까요. 차별하지 않는 점이라든가, 모두들 서로 격려해주거나 도와주고 또 조언해주고 하는 점이랄까. 그런 것들요. 그리고 절대 혼자 있게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것도요. 아무리 병이 심하고 폐를 끼친다고 해도 다시 함께 해줄 수 있다는 것이랄까. 그 사람의 입장에서 봐주는 그런 점이요..."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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