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달도 더 된 이야기인 듯.


어느 날, 정혁이가 졸려서 매우 기분이 안 좋길래 얼른 양치를 하고 재우려고 화장실로 데려갔다.

양치를 빨리 시킬 마음에, 아랫니를 닦고 한번 뱉고 다시 윗니를 닦던 패턴을 무시하고 빠른 속도로 아래 위를 연달아 닦았다. 바로 거기서 정혁이가 화가 났던 거다. 자기는 뱉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갑자기 틈도 안 주고 윗니를 닦으니 화가 날 만하긴 했다. 화가 난 정혁이의 행동 시리즈...

1.

다 닦고 물로 헹구라고 하자, 세면대에서 할 수 없댄다. 그럼 어디서 할 것이냐고 묻자 
"물양치 해서 변기에 뱉을 꺼야!" 라고 한다. 
그래서 변기에 뱉으라고 했더니, 고개를 숙이지도 않고 변기를 향해 퉤 뱉어버리는데, 아무래도 서툴다 보니 결국 옷에도 흘리고 변좌에도 흘리고, 변기 안으로 들어간 건 극히 일부분... 
원인 제공을 내가 했으니 뭐라고 말도 못하고... 으이구...


2.

먼저 손을 닦았다. 비누칠을 다 한 후, 수건을 꺼내서 손을 닦으라고 하자 수건에 닦을 수 없단다. 
어디다 닦을 꺼냐고 했더니만, 그 젖은 손을 내 티셔츠에 벅벅 문지르는 이정혁. ㅠ.ㅜ


3.

세수를 해야겠길래 수건을 목에 둘러 주기 위해 "차렷~"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갑자기 양팔을 벌린 채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이정혁. 결국 그런 채로, 목에 수건을 두르고 세수를 했다.


이 아이 머리속엔 뭐가 들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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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자려고 누워서 대화를 나누다가 내가 말했다.

"수혁아... 내년이면 수혁이가 초등학생이 되는구나~"

그러자 정혁이가 묻는다.

"엄마, 나는? 나는 내년에 뭐가 돼?"

"응... 정혁이는 내년이면 유치원 학생이 되지!"

그러자 다시 묻는다...

"그럼 다섯년에 난 뭐가 돼?"

"아... 정혁아. 다섯살 말하는 거야? 정혁이는 지금 다섯살이쟎아."

"아니아니... 내년에 유치원생이 되면 다섯년에는 뭐가 되냐구..."

"?!&#@^%!(#!^%&#!"

그러다 떠올랐다.

내년 --> 네년... 따라서 그 다음엔 다섯년. 네년 전에는 세년.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배꼽잡고 눈물 흘리며 웃어보았다.

정혁아. 내년 다음엔 다섯년이 아니구 내후년이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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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에 수혁이가 웅진플레이도시에 놀러 갔다가 미끄럼틀에 입을 부딪히면서 아직은 흔들리지 말아야 할 윗니(가운데 바로 옆)가 흔들려서 걱정을 했다. 그런데 다행히 그것은 다시 괜찮아졌고, 오른쪽 제일 큰 앞니만 제법 흔들리고 있는 상태... 물론 치과에 가면, 그 정도만 되도 뽑자도 달려들 것 같긴 하지만 수혁이는 늘 할아버지가 뽑아줘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일단 놔두고 있던 상태...

그런데 며칠 전부터 갑자기 수혁이가 아랫니가 흔들린다고 하는 거다. 난 아래 두개 빠지면, 위에 두개 빠지는 것이 순서인 줄 알았기 때문에, 갑자기 아랫니가 흔들린다고 해서 좀 놀랬다. 그런데 만져보니, 이건 뭐 거의 뽑히기 직전 수준. 잠시 까먹고 있다가 어젯밤 할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고 뽑아야 하냐고 여쭤보라고 했다. 아버님은 늘 그렇듯, 어디 한번 보자시며 몇번 흔들다가 그냥 툭 뽑아내셨다. 그런데 이번엔 위치가 약간 옆인 데다가 워낙 크기가 작으니 아버님의 큰 손으로 쉽게 하기 힘드셨는 지, 피가 다른 때보단 좀 많이 났다. 

어쨌든, 요맘 때쯤엔 아래 네 개, 위 두 개 정도 빠지는 게 맞다고 하니 내가 생각했던 순서와는 좀 다르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듯. 이쁘게 나와 주어야 할 텐데...^^ 


세번째 이. 다른 때와 달리 피가 많이 묻어 있다.


처음으로 빠진 자리에 솜을 물어 지혈을 했다. 빠진 자리도 무척 선명. 

뻥~ 뚫렸구나~ ^^


계속 흔들린다고 신경 쓰더니, 뽑고 나서 좀 시원섭섭한가... 저런 묘~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어쩌면 저렇게 사랑스러운 모습일 수 있는 지!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이 아이의 모든 것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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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정혁이가 하는 말.

"엄마, 난 6살부터 카스테라를 떼고 앉을꺼야!"

"???"

우리의 통역 전문가 이수혁 군...

"엄마, 정혁이가 카시트 얘기하는 것 같아..."

#@ㅕ#^#&*@#ㅒ....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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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혁이가 심심하면 무조건 내뱉는 말, "나 귀여워~?"

단순한 귀여워가 아니고, 양 손을 얼굴에 대고 일정한 톤의 성조가 있다. 

처음엔 너무 웃기고 귀엽고 그래서 귀엽다고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었는데, 이건 뭐 심심하면 물어보니 어느 순간은 귀찮아지기도... 1~2주 전쯤엔 너무 바쁘고 정신 없는데 쫓아 다니며 귀엽냐고 묻길래, 나중에 "귀엽긴! 시키는 것도 안 하고! 하나도 안 귀여워!" 그랬더니 갑자기 울어제끼는 이정혁.

어찌나 당황스러웠던지, 그 다음부터는 무조건 귀엽다고 대꾸를 해준다. 

그렇게 운 다음날, 

"나, 귀여워~?"
"그럼~! 귀엽지!"
"근데, 왜 그 땐 안 귀엽다고 했어?"
"장난이었어... 미안해~"

그리고 그 다음날,

"나, 귀여워~?"
"그럼~ 귀엽지!"
"근데, 왜 그땐 안 귀엽다고 했어?"
"장난이었다니까... 정말 귀여워~"
"장난으로라도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으음... 이눔의 자식 머리속엔 능구렁이 한마리 정도 들어 있는 듯.

문제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우리 수혁이... 어느날 나에게 다가와 아주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 귀여워~?"

아아... 어쩌란 말이냐, 이 귀여운 것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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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날 퇴근 후... 수혁이가 얘기하기를, "엄마, 나 돈내고 보는 거 하나 봤어."

인터넷 TV의 유료 VOD 서비스를 보았단 이야기인데... 그래서 말해줬다. "알았어. 외숙모가 준 용돈에서 제할께."

그런데 갑자기 드는 의문. 분명히 암호가 걸려 있었을 텐데 어떻게 입력하고 결제를 한 거지?

수혁이에게 묻자 쿨하게 대답한다. "0000 이던데?"

으음. 암호가 너무 쉽긴 했지만, 그걸 눌러봤다는 것이 더 기가 막힌... 쩝.


#2.

또 며칠 후, 잠자리에 누웠는데 수혁이가 고해성사 하기를...

"엄마. 나 오늘 어린이 프로 두 개 봤어."

으음... 하루에 수혁이 정혁이 각자 하나씩 보기로 약속한 것이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다니, 끄응...

"왜 그랬어? 엄마한테 허락도 안 받고 그러면 어떻게 해? 하나만 보고, 두개부터는 엄마한테 전화를 했어야지!"

그러자 수혁이가 가만히 이야기 한다.

"그러면 허락 안 해줄 꺼쟎아..."

맞는 말이긴 하지... 그래도 그렇지, 거참...


#3.

아침에 분명히 아이들 둘다 일어난 걸 보았는데, 준비하다 보니 정혁이가 보이질 않는다.

화장실도 다 찾아보고, 할머니방에도 가봤는데 없고 장난감 방에도 없고, 침대에 다시 눕지도 않았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안방 쪽 베란다에 가보니 유리창에 비친 정혁이의 잠옷이 보인다.

"정혁이, 여기 숨었구나!"

난 그때만해도 일종의 숨바꼭질을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보통 그렇게 하면 "왁!" 하고 튀어 나와야 할 아이가 나오질 않는다.

"정혁아... 찾았어. 나와!"

그래도 안 나오길래 내가 직접 들어가서 봤더니...

한 손에는 마이쮸 껍질이 들려 있고,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오물오물 먹고 있다.

아침 먹기 전에 간식을 못 먹게 하니, 숨어서 먹는 잔머리... 

아... 이 아이와 살아갈 날이 참으로 걱정이 된다...


#4.

정혁이가 자려고 누워서 자꾸 내 잠옷 바지의 주머니에 발을 집어 넣는 거다.

보다보다 못해,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하는 말.

"엄마가 너무 귀엽고 예뻐서 그래!" 

아... 정말 할 말 없게 만드는 이 아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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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자기 전에 아이들과 기도를 한다. 

4월 16일 이후로는 세월호와 관련한 기도도 가능한 한 빠뜨리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은 기도하다가
"아직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14명이..."라고 하니 수혁이가 툭 치며
"엄마. 13명." 이라며 정정해 준다. 

너무나도 기특한 수혁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부터 뉴스에 유난히 관심을 보이고,
어느 날은 유치원의 칠판 가득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와 구명정들, 구조헬기들을 그려놓아
선생님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댄다. 그만큼 너무나도 강렬하고 충격적인 기억이었겠지만,
수혁이가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그대로 마주하면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와 함께 기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기특하고 감사하다.

나의 기도가 아이에게 닿았다는 것이 감사하고, 아직 일곱살 순수한 아이의 기도가 분명 하늘에 닿을 것이란 생각에 감사하다.


한 명도 남지 않을 때까지 계속될 기도,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추모의 방식이고 이렇게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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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 식목일이 있던 토요일.

수혁이는 태권도학원에서 하는 과자파티에 가겠다고 했다. 난 수혁이를 데려다주고 생협에 가서 장을 봐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정혁이를 집에 두고 갔다. 물론 집엔 아빠가 있었다. 그런데 정혁이는 그게 정말 싫었는지 계속 나에게 전화를 걸어댔다. 

생협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할 때쯤 또 온 전화.

"엄마 언제 와?"

"응... 엄마 지금 가고 있어."

뭐, 계산만 하면 출발할 테니 그렇게 심한 거짓말도 아니고 해서 그렇게 대답한 후, 나는 차를 몰고 집으로 왔다. 

지하주차장 입구 쯤, 남편한테 온 전화.

정혁이가 나갔다는 거다. 그것도 혼자서... @.@

정혁이 딴에는 지금 나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빠한테 나가자고 했더니 아빠는 대꾸를 안 했고 (여기서부터는 추측이지만) 신발을 신으며 아빠한테 혼자 가겠다고 말을 했으나,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빠는 딱히 대꾸도 안 하고 안 된다고 말하지도 않은 것. 그러자 정혁이는 일단 아빠한테 말은 했으니 그냥 나간 거다. 아빠는 설마 나갔으리란 상상도 못한 채 문 가지고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던 것이고. 나중에 문을 열어보니 이미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버렸고, 남편은 그제서야 나에게 전화를 한 후 정혁이를 찾으러 나갔다.

나도 차를 세우고 정신 없이 찾았으나 보이지 않는 정혁이. 울음 소리도 들리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태권도 학원엘 갔다. 그러나 거기도 없고... 이제 어쩌나 하면서 다리가 풀리려는 찰나,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찾았다고.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알고 보니, 정혁이는 태권도 학원으로 간 게 맞았다. 다만... 아직 태권도 학원 가는 길이 익숙치 않아. 일단 나갔는데 걸음은 자기도 모르게 블럭피아 쪽을 향해서 가고 있었던 것. 다행히 한참 가다가, 이 길이 아니란 걸 깨달았고 다시 되짚어 오다가 1차 단지 정문 앞에서 아빠를 만난 것이다. 티셔츠에 내복바지만 입고, 외투도 없이 5살 꼬마가 왕복 2차선 도로를 건너서 갔다는 것 자체가 정말이지 놀라울 따름. 수혁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정혁이는 겁도 없고 무모하기까지 하니, 앞으로도 이 아이를 어찌 해야 할 지 걱정이 앞선다.

아빠한테 혼나고... 막 우는 정혁이를 안아주면서 어딜 갔었냐고 물었더니 하는 말,

"엉엉... 태권도 학원 가는 길이 생각 안 났어... 엉엉"

ㅋㅋㅋ 아, 귀여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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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혁이는 태권도 삼매경.

2:40 에 피아노를 가서 3:30에 태권도에 가면 4:30이면 끝나는 게 맞으나, 수혁이 스스로 한게임 더!를 선택하여, 5시부터 6시까지 태권도를 하고서야 집에 온다. 4월부터는 유치원에서 방과후 특기적성교육이 시작되는데, 그러면 3:40에 하원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태권도를 한타임밖에 할 수 없어서 지금 매우 아쉬워하는 상태. 방과후 특기적성교육을 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으나, 그 때는 하원차량이 없어 개별 하원을 해야 하는 관계로 어쩔 수 없이 그냥 하기로... 

그런데 가만 보면, 태권도 자체를 좋아하는 건지, 거기서 아이들과 노는 걸 즐기는 건지, 아니면 띠 바꾸는 재미로 다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왜 3월엔 심사가 없냐며 툴툴대는 것이 아무래도 띠의 색이 바뀌는 것이 주는 동기부여가 큰 것 같은데, 그런 걸 보면 없는 색깔까지 만들어내서 띠를 바꿔주는 태권도 학원의 서비스는 정말이지 매우 훌륭한 마케팅이라 아니할 수가 없다. 여튼, 이유가 뭐든 자기가 꽂혀서 열심히 한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 다만 집에 늦게 오는 게 안타깝지만, 그게 그래도 몸을 움직이는 예체능 활동들이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블록만들고 책 읽는 건 저녁 먹고 해도 되고, 주말에 해도 되니까. 그저 지금처럼만 하루하루 즐겁게 건강하게 지내주기만을 바랄 뿐.^^


정혁이의 요즘 취미는 전화하기.

여전히 집 전화기의 검색 버튼과 최근 통화목록 버튼을 눌러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전화해 소재지를 파악하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부분은, 자기 할 말만 바로 하고 끊어버려서 당황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 주말엔 작은이모한테 전화를 했는데 안 받은 모양. 나중에 부재중 전화를 보고 이모가 다시 전화를 했더니 
"아까는 왜 전화 안 받았어?"
"응... 이모가 학교에서 형아들 가르치느라 전화를 못받았어."
"응... 난 지금 밥 먹어서 전화 못받아. 끊어."
그리고 대답할 여유도 없이 바로 끊어진 전화. ㅋㅋㅋㅋ

가끔 전화를 하면 ARS 음성이 나올 때가 있다. 전화를 안 받아도 그렇고, 전화기가 꺼져 있어도 그런 멘트가 나오는데, 정혁이는 그걸 "전화기가 화낸다"라고 표현한다. 감정 없이 기계음으로 나오는 차가운 여성의 목소리가 정혁이에게는 화난 것으로 들리나보다. "그렇게 자꾸 전화하면 전화기가 화내지~~~?", "엄마가 받을 수 없을 때 전화하면 전화기가 화내지?", "아까 아빠한테 전화했는데 전화기가 화냈어." 뭐, 이런 류... 그저 귀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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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화하기 삼매경에 빠진 이정혁군.

하루에 몇번씩 전화를 하는지 모르겠다. 나에게만 하는 게 아니라, 집전화기의 최근통화목록을 눌러서 모조리 다 섭렵을 한다. 그 덕에 '수혁엄마','수혁아빠','대구','능곡집','할머니','할아버지','수혁큰이모','수혁작은이모' 등등의 글씨를 익히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전화해서는 딱히 하는 말도 없다. 주로 "누구야?"(자기가 해놓고 그걸 왜 물어...ㅋㅋ), "어디야?", "오늘 늦어?" 이 정도가 엄마, 아빠에게 전화했을 때의 주요 용건. 

그런데 바로 좀 전에 또 전화가 왔다. 현재 시간 9:15 a.m. 어린이집에 갔어야 할 시간인데 아마 무슨 이유에서인지 늑장을 부리고 있는 것 같은데, 전화를 해서는...

"엄마!"

"너, 어린이집 안 갔어?"

"엄마! 엄마 몇살이야?"

"???!!!"

"엄마 몇살이야?"

"엄마는 43살..."

"(누군가에게) 엄마 43살이래!"

그리고 딸깍.

아무래도 정혁이에게 전화 예의를 먼저 가르쳐야 하나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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