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옷은 편한게 최고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입고 벗기도 편해야 하고, 추울 땐 따뜻하게 더울 땐 시원하게 입는 게 그저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옷을 사줄 때도 무조건 그 기준이 우선이 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옷은 대부분 칼라가 없는 라운드티(단추 채울 필요가 없는, 그리고 폴로 스타일이 라운드보단 목이 좁아 더우니까) 위주이다. 

수혁이 외숙모가 파리에 다녀오며 사다주신 티셔츠가 있는데, 사이즈가 약간 컸기 때문에 작년 여름에 받아놓고도 이번 여름에 입으라고 서랍장에 넣어두었다. 어느날 퇴근하고 보니 수혁이가 그 옷을 입었는데 깃을 세워서 입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갔다.

지난 주말 엄마 추도식 때문에 친정에 가서 주말을 보냈는데, 수혁이가 그 때도 그 옷을 입고 갔다. 여전히 깃을 세운 채로 말이다. 그러자 보는 사람들마다 깃을 세우니 이쁘다, 잘 어울린다며 내가 그렇게 입혔냐고 묻는 것이다. 물론 수혁이 스스로 입은 거였는데, 생각해보면 남편도 그런 식으로 입지 않는데 어디서 그걸 보고 그렇게 입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빠를 안 닮아 나름 멋을 즐기나 하는 생각도 하며 그냥 웃고 넘겼다.

그러다 며칠 전 유치원 활동복을 입었는데 보니까 마찬가지로 깃을 세운 것이다. 궁금하던 차에 질문을 했다.

"수혁아, 깃을 니가 세운 거야?"

"응."

"왜 세웠어? 더 이쁜 것 같아서 세웠어?"

그러자 수혁이가 좀 멍~한 얼굴로 쳐다보더니 손을 깃으로 가져가서 내리는 거다. 그러면서 묻는다.

"이거 이렇게 입는 거야?"

"음.... (이런...), 수혁아 그러면 세워서 입는 건 줄 알고 세워서 입은 거야?"

"(끄덕끄덕)..."

아... 어쩐 지. 엄마 아빠에게 없는 멋부리는 유전자가 갑자기 생겼을 리가 없지. ㅋㅋㅋ

수혁이에게 말해주었다.

"수혁아... 세워서 입어도 되고 눕혀서 입어도 돼. 더울 땐 눕혀서 입고 서늘할 땐 세워서 입어도 되고. 너 마음대로 해도 돼."

다음부터는 수혁이가 어떻게 입을 지 좀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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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

네살 중반이 되어가니 점점 고집이 세지는 정혁이.

매주 금요일은 체육복을 입는 날인데, 퇴근을 하고 와보니 정혁이는 잠옷 차림...

벌써 씻고 잠옷을 갈아 입었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할머니 하시는 말씀은 그게 아니었다.

아침에 옷을 갈아 입히려고 하는데 절대 안 갈아 입겠다고 우겨서 결국 어린이집에 잠옷을 입고 갔다고 한다.

잠옷이 맘에 들었던 것인지, 아니면 심사가 뒤틀릴 일이 있었던 건지...

아무리 그래도 잠옷을 입고 가다니... 수혁이는 이런 적 없었는데.

한 배에서 나와도 이리 다를 수 있다는 걸, 나날이 실감하고 있는 요즈음이다.

정혁아. 그래도 외출할 때 잠옷은 좀 벗자,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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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수에 관심을 보이는 수혁이... 

달력을 보고 날짜를 읽거나, 2013년 다음엔 2014년, 그 때는 수혁이 7살, 2015년이 되면 수혁이 8살, 초등학교 1학년... 이런 식으로 2020년까지 가기 놀이를 하거나, 아니면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억 조... 이렇게 커다는 숫자 단위를 익히려고 애를 쓴다. 천만, 억까지 하고 다음을 묻길래, 일단 조, 경, 해 까지를 알려줬고, 자꾸 묻길래 아빠가 가장 마지막은 '무한대'라고 알려줬다. 


그러다 어젯밤, 수혁이가 또 숫자를 세며 억, 십억, 백억, 천억, 조...... 십해, 백해, 천해 까지 하고 다음에 무한대를 하더니 갑자기 '십무한대, 백무한대, 천무한대' 라고 했다. ㅋㅋㅋㅋ 귀여운 것.

상황을 봐서 다시 제대로 알려줘야겠다... 

억 - 10^8 (10의 8승, 1뒤에 0이 8개 붙는 다는 뜻)
조 - 10^12
경 - 10^16
해 - 10^20
자 - 10^24
양 - 10^28
구 - 10^32
간 - 10^36
정 - 10^40
재 - 10^44
극 - 10^48
항하사 - 10^52
아승지 - 10^56
나유타 - 10^60
불가사의 - 10^64
무량대수 - 10^68

.....

무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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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커가는 건 여러 가지로 확인이 된다.

몇달 전까지 멀쩡하던 옷이 작아진다거나, 어휘가 늘어날 때, 상황에 대한 이해와 인내가 깊어갈 때, 그리고 못하던 일들을 해낼 때...

수혁이는 한참 전부터 기분 좋을 때 낑낑거리며 이불을 펴곤 했는데, 이젠 정혁이도 한몫 거들기 시작하더니 두 아이들이 경쟁이 붙어서 요즘은 늘 둘이 함께 잠자리를 준비한다. 가끔은 형의 명령(?!)에 정혁이가 불복종해서 싸움으로 번지기도 하지만, 비교적 형이 시키는 대로 보조의 역할을 제법 해내는 정혁이도 많이 컸고, 나름 자기는 무엇을 하고 너는 무엇을 하라며 이불 피는 프로세스를 조직화 해서 임무를 지시하는 수혁이도 의젓하다.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개기, 그 다음엔 잠자리 독립... 하지만, 아직까진 내 아이들과 뒤엉켜 자는 것이 한 없이 행복하기만 하다.


정혁이의 역동성! 정혁이가 이럴 때마다 아랫집에 죄송해서 나도 모르게 큰소리를 치게 된다.

하지만, 아이로서는 얼마나 신나고 재미난 일이겠는가. 그걸 맘대로 허용해줄 수 없어서 그저 미안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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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5

수요일...
"수혁아, 오늘 언어전달 뭐지?"
"아... 언어전달, 짝짝짝. 종이의 떡."
"으음... 종이의 떡?"
"응... 종이의 떡!"

수요일 밤...
"수혁아, 연락장에 언어전달 써야지..."
"아... 맞다. 엄마가 그림의 떡이라고 써줄려구...?"
"으음... 수혁아, 그림의 떡이 맞아, 종이의 떡이 맞아?"
(잠시 생각하다가)"종이의 떡이 맞아. 내가 잘못 말했어."
"... 알았어. 써줄께."

목요일 밤...
선생님이 고쳐준 언어전달장을 보고는...
"수혁아, 언어전달 선생님이 뭐래? 종이의 떡이래?"
"아니... (겸연쩍게 웃으며) 그림의 떡."
"그렇구나..."
"근데, 엄마. 그림으로 그린 떡이라서 먹을 수 없다는 뜻이쟎아."
"그렇지... 먹을 수 없는 떡인 거지."
"떡 그림은 종이에 그리는 거니까 종이의 떡이 맞는데... 그림의 떡이면 그림 위에 또 떡을 그렸다는 소리쟎아..."
ㅋㅋㅋㅋㅋㅋㅋ 말 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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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5


정혁이는 애교가 많은 편이다. 수혁이도 애교가 없는 아이는 아닌데, 정혁이는 그보다 더하다. 여자애들 수준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정혁이는 자주 나에게 와서 어리광을 부리는데, 씩 웃으며 다가와서는 별 말을 하지 않고 엉겨 붙으며 "미미미미미~~ 미미~" 이런다. 간혹 "엄미~ 엄미~ 엄미~", "엄매~ 엄매~ 엄매~"라고도 하는데, 그건 나에게만 하는 말이고 이모들이나 할머니에게 어리광을 부릴 때는 늘 "미미미미미~"다. 눈을 반쯤 뜨고 씩 웃으며 "미미미미미~"하고 달려들 때는 안아주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다.

그래서 정혁이 별명은 미미. 지난 주말에도 이모들이 "미미야!"하고 부르니까 쳐다보기까지 한다. 우리 귀여운 미미. 앞으로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아이로 자라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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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5


수혁이랑 세탁소에 가는 길... 도로 표지판을 보고 수혁이가 묻는다. 

"엄마... 저리로 가면 부천대학교가 나와?"

"응..."

"부천대학교가 우리집에서 가까와?"

"응..."

"엄마, 나 부천대학교 갈래."

"지금? 부천대학교에 왜?"

"아니... 나, 유치원 다음에 초등학교, 그 다음에 중학교, 그 다음에 고등학교 가고, 그 다음에 부천대학교 간다고..."

"으음... 수혁아. 왜? 왜 부천대학에 가려구?"

"가깝쟎아!"

"수혁아... 대학교는 가까이 있는 거 안 가고 골라서 가도 되는 거야."

"아냐... 가까운 게 제일 좋아. 나, 부천대학교 갈꺼야."

그냥 썩소를 날리는 걸 보니, 난 아직 덜 내려 놓은 것 같다.

이 상황을 남편도 똑같이 경험했는데 남편은

"수혁아... 엄마 아빠는 대학교는 아주 멀리다녔어. 수혁이도 멀리 다녀보면 어떨까?"

라고 했으나, 여전히 수혁이는 완강하였다. ㅋㅋㅋ

남편도... 덜 내려 놓은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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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갔다가 수혁이와 아빠가 화장실에 가게 됐다.

뒤쪽 문으로 나가야 하다보니, 식당에서 비치해둔 슬리퍼를 신게 되었다.

아빠가 신은 건 아빠에게 좀 작았고, 수혁이가 신은 건 수혁이에게 많이 컸다.

그렇게 발과 신발 크기가 서로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다가 아빠가 수혁이에게 말했다.

"수혁이가 아빠만큼 크면, 수혁이 발도 아빠 발처럼 크게 될꺼야."

그러자 수혁이가 말했다.

"내가 아빠만큼 크면 아빠는 죽쟎아."


음... 수혁아. 니가 아빠만큼 크면, 아빠 나이는 90도 안 됐을 때야. 걱정 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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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들어온다던 남편이 연락 없이 오질 않아 전화를 했다. 왜 안 오냐고, 언제 오냐고 따져 물은 후 전화를 끊었다.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던 정혁...
"엄마! 아빠 이놈~ 했어?"
"하하... 응. 아빠가 온다고 하고 안 와서 엄마가 이놈~ 했어."
"엄마. 아빠가 집에 와서 엄마랑 놀아야 해?"
"응... 아빠가 와서 엄마랑 놀아주기로 했는데 안 오쟎아. 그래서 이놈 했어."
"응~~~"
음... 벌써부터 아빠 편을 드는 건 아니겠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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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혁이가 묻는다.
"엄마. 회색이 영어로 뭐야?"
"글쎄... 뭐일 것 같아?"
"음... 화이트블랙!"
ㅋㅋ 수혁이의 창의력에 박수를 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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