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파리 시내 여행은 거의 다 한 듯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교외로 다시 또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행선지는 파리 북쪽에 있는 '샹띠이성' 입니다. 사실, 몽생미셸 여행을 계획하면서 루아르 계곡의 고성들을 가보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에는 비용도 비용이고, 일정도 너무 빡빡해져서 몸이 많이 힘들 것 같아서 과감히 포기. 그 대신 고성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선택한 곳이 바로 샹띠이 성입니다. 샹띠이성은 그리 멀지도 않기 때문에 다녀와서 파리 시내의 다른 곳도 둘러볼 수 있을 것 같고, 신혼 여행 때의 기차 여행 분위기도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샹띠이 성으로 가기 위해 Les Halle 역에서 RER을 탔습니다. 이때만 해도 여행책자의 문제점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파리에 오후 3시면 충분히 돌아올 꺼라 생각했었습니다. 여튼... 출근 시간이 갓 지난 아침이라 사람도 없고, 비교적 기차도 깨끗하고, 이래저래 기분 좋은 출발입니다~ 



여행책자에는 북역에서 기차를 타거나 아니면 Les Halle 역에서 'ORRY LA VILLE COYE'역으로 가는 RER을 타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북역으로 가지 않고 가까운 Les Halle 역에서 RER을 타기로 결정했습니다. 생각보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했습니다. 

 

이곳이 'ORRY LA VILLE COYE'역... 신나서 사진 찍었습니다.

 

오래된 시골 기차역 같은 느낌. 호젓하니 아주 좋네요...

 

약간 헛갈렸지만, 길 모양도 대충 비슷하고... 버스를 탈까 하다가 그냥 걸어서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여행 책자에 보니 역에서부터 2km 정도라고 하더라구요. 그 정도면 껌입니다.

 

가는 길... 방향이 지도에서 본 것보다 좀 더 남쪽으로 치우친 듯 했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뭐, 방향은 나침반이 아닌 이상 상대적으로 파악하는 거고, 나의 느낌은 얼마든지 틀릴 수 있는 것이니까요. 숲길이 너무 운치 있고 멋졌습니다. 

 

그렇게 우리 느낌으로 2km 이상 걸었는데 도무지 나올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그제서야 여행책자와 지도를 유심히 살펴보다가 깨달았습니다. 안내가 잘못되어 있었다는 것을...

원래는 북역에서 기차를 탈 경우 Chantilly Gouvieux역에 내리면 되는 거였고, RER을 탈 경우 Orry la Ville Coye역에 내려서 갈아타고 다시 Chantilly Gouvieux역으로 갔어야 되는 겁니다. 그런데 안내책자에는 기차를 탈 경우에는 Chantilly Gouvieux역이고, RER을 탈 경우 Orry la Ville Coye역에 하차하면 된다고 써 있었던 것이죠. 사실 가지고 간 핸펀의 GPS만 제대로 잡혔어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챘을 텐데, 일이 안 되느라 그랬는지 이상하게 멀쩡하던 GPS가 그 동네에선 잘 안 잡히더라구요. 결국 헛짓을 한 거죠. 저 기나긴 숲길을 지나는 동안 GPS는 전혀 안 잡혔고, 작은 마을이 나오고 GPS가 잡히고 나서야 모든 사태의 전말을 깨닫게 된 겁니다. 그래서 다시 저 숲길을 되돌아 옵니다. 히치하이킹이라도 하려고 시도했건만, 의심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절대 세워주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ORRY LA VILLE COYE'역에서 다시 기차를 탔습니다. 쩝쩝... 다행히 금방 기차가 오기는 했지만, 이미 저 위의 숲길을 오가느라 1시간 30분 정도는 날려버렸네요...


목적지까지 가는 기차... 


여기가 우리가 내렸어야 하는 Chantilly Gouvieux 역입니다. 아까 그 역보다 아주아주 쪼끔 더 규모가 있어 뵈는 군요.

여기서 택시를 타도 되고 버스를 타도 된다고 했는데,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도 사고 동네 구경도 할 겸 슬슬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샹띠이 성까지 걸어가는 길... 뒤의 숲 옆으로 멀리 보이는 것은 경마장입니다. 


 

너무나 멋진 성입니다. 우리가 목표하는 그 성은 아니구요... 이 성은 Grandes Ecuries라고 지금 '말 박물관'으로 쓰이는 곳입니다. 여기는 건물의 뒷편...


 

말 박물관의 전면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현장학습을 왔더군요. 온통 말 조각 장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원래는 마구간이었다고 합니다. 마구간이 이렇게 화려하고 멋진 건, 18세기 초 부르봉 공 루이 앙리가 다음 생에 말로 태어날 것을 확신하여 지은 건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경주용 말이 사육되고 있고, 말과 관련한 여러가지들이 전시되어 있고 조교들의 실연도 펼쳐진다고 합니다. 매달 한두번 제대로 된 말쇼도 한다고 하네요.

들어가볼까 하다가, 올 때 시간이 남으면 보자고 하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자, 여기가 목적지... 샹띠이 성입니다.

성은 크게 큰 성(Grand Chateau)와 작은 성(Petit Chateau)으로 구분됩니다. 그랑 샤토 안에는 '콩데 미술관'이 있는데, 이 미술관은 성주였던 콩데 경이 보유하고 있던 작품들을 모아서 19세기에 개관한 곳입니다.

 

샹띠이 성 출입구를 지나서 성까지 가는 너른 길.


 

뭐랄까... 고즈넉한 분위기입니다. 넓은 평지에 호수를 끼고 있는 평화로운 성... 어디선가 기사님과 공주님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요.


 

뭐, 베르사유의 정원과 비교할 규모는 전혀 아니지만, 오히려 아기자기한 것이 저는 훨씬 더 마음에 듭니다. 분수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으로 꾸며 놓았고 작지만 운하도 있네요. 백조들이 한가로이 헤엄치는 한낮의 정경입니다.

운하까지 있는 모양새가 베르사유와 무척 비슷하다 싶더니만, 알고보니 베르사유를 설계한 당대 최고의 조경설계사인 르 노트르가 이곳도 설계했다고 합니다.


 

 

성의 적막을 깨는 건 현장 학습을 나온 수많은 학생들입니다. 초딩부터 중학생 정도까지의 아이들 같은데... 

어딜 가나 아이들은 사실 자기들끼리 수다 떨고 뛰노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 계단참에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었습니다. 

 


 


성의 전면입니다. 멋지죠?

 

 

개의 조각상이 아주 멋집니다.

 

 

자, 이제 콩데 미술관에 들어왔습니다. 19세기의 성주였던 오말 공작의 귀빈 접대용 식당입니다. 사슴 갤러리라고도 불립니다.

 

 

콩데 미술관에는 고전 회화가 굉장히 많습니다. 루브르 박물관 다음으로 고전회화 컬렉션이 많은 곳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루브르와 오르세 등과 비교하면, 뭐랄까 그림이 정말 제멋대로 빽빽하게 아무런 분류 없이 걸려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알고 보니, 1886년에 이 성을 기증한 오말 공작이 자기가 직접 구성한 소장품 전시 방법을 바꾸지 않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대며 화파 등과 전혀 상관 없이 벽면 한가득, 빽빽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보기가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당시 성에서 쓰던 그릇들입니다.

 

 

라파엘, 로레뜨의 성모

 

 

바닥 한가득... 모자이크입니다.

 

 

조금은 독특한 스테인드 글라스. 온통 갈색톤으로만 되어 있습니다.

 

 

라파엘, 미의 세 여신

 

 

라파엘, 오를레앙의 성모

 

 

사자 박제입니다. 이게 문을 기준으로 양 옆으로 두 마리나 있었어요.

 

 

사슴...인 거 아시겠죠? ^^

 

 

원숭이 회화로 가득찬 방입니다. 부르봉 공작을 위해 1735년에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하네요. C.위에의 작품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자, 이제 콩데 미술관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여기에는 파리 국립도서관 다음으로 귀중한 자료를 많이 소장하고 있는 작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11세기부터 내려오는 고서를 포함한 700여개의 사본과 구텐베르크의 성서를 포함한 3만여권의 장서가 소장돼 있다고 합니다. 이 중, 중세 서양미술사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세밀화가 담겨 있는 '베리 공작의 지극히 성스러운 시간'이 있습니다.

일단, 흑백으로 된 다른 세밀화부터...

사진으로 찍어서 잘 안 나와 있지만, 저게 아주 세밀한 펜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실제로 보면 너무나 세밀한 펜터치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멋진 도서관...이런 서재가 갖고 싶어요.

 

 

제 손과 비교해서 찍은 건데요... 저게 책입니다. 헐...

 

 

이게 위에서 말한 그 세밀화 '베리 공작의 지극히 성스러운 시간'입니다. 모사본으로 공개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으니 양해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만, 여튼 대단합니다. 열두달의 풍광을 표현한 달력 그림 중 하나입니다.

 

 

성 안의 예배당입니다.

 

 

쁘띠 샤토 뒷쪽에 있는 정원입니다.

 

 

다시 성을 배경으로...

 

 

프랑스의 하늘에는 유난히 비행기 지나간 흔적이 많습니다. 전투기를 잘 만드는 나라라 시험 비행이 많은가봅니다.

 

 

여기에도 베르사유의 왕비의 촌락처럼, 농촌 마을을 재현한 촌락인 Hameau가 있습니다. 귀족들이 전원 생활을 흉내내며 여흥을 즐겼던 곳이라고 해서 왕비의 촌락 같은 풍광을 기대하며 가보았습니다.

 

 

Hameau의 주택 중 하나를 레스토랑으로 꾸며서 사용 중인데, 예약을 해야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속았습니다. 이게 다입니다. 도대체 뭐가 전원생활을 흉내낸 거라는 건지... 그냥 너른 잔디와 집 몇채가 다입니다. 거참...

 

 

미로공원이 있었고, 저렇게 나무 둥치들을 갖다 놓은 놀이터 같은 곳이 있었어요. 우리가 지나오는데, 어떤 아저씨가 아이 손을 잡고 저 미로를 들어가더라구요. 과연 잘 찾아 나오셨을 지 궁금합니다.

 

 

성을 나왔습니다. 올 때 걸어왔으니, 갈 때는 버스를 타고 가려고 했습니다. 안내원에게 버스 타는 곳을 물어본 후, 얼마나 자주 있냐고 물었더니 안내원이 모르겠다고 합니다. 어이 상실...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도 보이지도 않고... 결국엔 다시 걷기로 합니다.

 

 

다행히 걷는 길이 나름 또 운치가 있네요... 2km 정도는 정말 되는 듯 하더라구요. 하염 없이 걸었습니다.

 

 

지친다, 지쳐... 돌아가는 기차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갈 때는 그래도 한방에 갈 수 있으니 다행인 거죠, 머.

 

 

기차 기다리며 셀카짓 하기...ㅋㅋ

 

 

파리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기필코 노트르담 종탑에 오르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여전히 줄은 긴 편이었으나, 그래도 비교적 빨리 쭉쭉 빠지더라구요. 보니까 사람 수대로 끊어서 시간 차를 두고 입장을 시키는 거였습니다. 처음엔 왜 그러는 지 궁금했는데, 들어가보고야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오르내리는 길이 너무 좁아서 도저히 왕복하는 사람들이 함께 통행할 수가 없습니다. 누군가 내려오면 그 사람이 다 내려올 때까지 올라갈 수가 없는 구조더라구요. 그래서 통로마다 안내원들이 서서 무전을 주고받으며,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통제하더라구요. 게다가 전망대는 너무나 좁아서 사람이 몰리면 반드시 사고가 날 것만 같았습니다.

 

종탑 오르기 전 기념품점입니다. 벽면이 멋스러워서 남편이 찍었나봐요.

 

 

사람들이 밟고 올라간 자리만 움푹 패인 계단입니다. 아주 반들반들 윤이 나요. ㅋㅋ

 

 

전망대에 올랐습니다. 안전을 위한 저 철망 때문에 사진은 좀 거시기하지만, 실제로 저는 이 전망대가 제일 좋았습니다. 파리의 중심부에서 사방을 다 조망할 수가 있거든요.

 

 

콰지모도가 매달렸던 종입니다. 가장 저음을 내는 제일 큰 종입니다. 부르동-Bourdon 이라고 하네요. 17세기에는 엠마뉘엘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이 종은, 무게가 13톤이 넘고 종의 추만 하더라도 500킬로그램입니다. 이 종은 천주교에서 기리는 대축일에만 울린다고 합니다.

 

 

철망 사이로 카메라를 내밀어서 잡은 전망입니다. 저 멀리 라데팡스와 그랑다르쉬가 보입니다.

 

 

 

저 멀리, 몽마르뜨 언덕의 사크레쾨르가 보입니다.

 

 

파리의 동쪽을 배경으로...

 

 

Pont Marie와 Pont Sully가 보이네요...

 

 

팡테옹이 보입니다.

 

오늘 저녁은 홍합요리입니다.

 

 

Leon이라는 간판이 보이시나요? 보통 여행책자에는 샹젤리제 거리의 Leon이 추천돼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곳이 더 맛난 것 같다는 오빠의 의견을 따라 바스티유 광장의 옆의 Leon으로 갔습니다. 원래는 벨기에에 있는 식당인데, 파리에 프랜차이즈를 낸 거라고 하네요. 아주 독특했습니다. 오리지널 홍합요리는 뭐, 우리 나라의 홍합탕과 크게 다를 바 없었구요... 저것만 한 냄비 가득 주는데, 저걸 먹고 어떻게 배가 차나 싶었지만, 막상 다 먹고 나니 배부르더라구요.^^

 

 

파리에서 흔히 마주치는 마트인 Monoprix에서 파는 과일과 야채들... 정말 다양하고, 생긴 것도 참 특이하고... 노란 호박에 짧고 뚱뚱한 가지... 재미난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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