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무사히 결혼식을 마치고 8일 1시 50분 비행기로 인천공항을 출발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 내려서 3시간여를 대기, 다시 프라하를 향해 날아가야 하는 긴 여정... 하지만, 여행이란 늘 그렇듯 설레임과 기대로 부풀어 들뜬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종철씨가 태워다줘서 편하게 공항에 도착... 이제, 드디어 '신혼여행' 이라는 걸 한번 떠나가 볼까요...

 

비행기 안이다... 난 거의 사망 수준이었는데 남편께서는 영화도 두 편 다 보고 음악도 듣고 잘 버티며 갔다... 확실히 결혼식이라는 것은 피곤한 거다. 이렇게 비몽사몽 상태로 11시간을 갔으니... ㅋㅋ 이게 누렇게 뜬 내 모습이다... 이 와중에 나름 찍어보겠다고 애썼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프라하로 가기 위해 4시간 동안 대기 중이다... 간단하게 쇼핑센터 구경도 하고, 카메라 메모리도 하나 샀다. 그래도 명색이 독일이니 맥주도 한잔 마셔주고... 그래도 시간이 남아, 남편께서는 공항에서 산 "꿈꾸는 책들의 도시"를 열심히 읽고 계신다. 두 권짜리 책인데, 아직 1권의 반도 못 읽었다. ㅋㅋ

 

호텔이 위치해 있던 홀레쇼비츠 지하철역... 이제 드디어 첫날 투어를 하러 나가는 길이다. 남편, 아주 신나셨다... ㅋㅋ

 

바츨라프 광장이다... 바츨라프는 체코의 왕으로서, 체코라는 국가의 형성에 아주 혁혁한 공을 세운 위대한 왕으로 추앙 받고 있다. 저 기마상이 바츨라프 기마상... 아침 9시 가보니 수많은 가이드와 관광객들이 투어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편의 뒤로 보이는 건물은 프라하 국립박물관... 박물관에 관심 많은 남편은 매우 들어가보고 싶어했으나, 정말 별 거 없고 돈 아깝다는 가이드의 충고에 포기했다. 바다가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주로 바다와 관련한 생물들의 자료가 관리되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가이드의 말을 꼭 들어야만 했을까 싶기도 하다. 가이드도 엄연히 자기 취향이 있는 건데 너무 곧이 곧대로 믿었던 건 아니었을까...?

어쨌든 여기에서 우리 부부 이외에 함께 투어할 가족을 만났다. 벨기에에서 건너온 부부와 아들로 이루어진 가족이었는데 원래 생활 터전은 미국이고, 지금 잠시 벨기에에 근무하러 와 있다고 한다. 유럽에 온 김에 유럽 일주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는데, 쩜매 부러웠다. 쩝... 이제 하루짜리 프라하 시내 투어가 시작됐다...

 

국립박물관 건물 앞 인도 바닥에서 이상한 구조물을 발견했다. 나무 십자가가 완만한 곡선으로 휘어진 채, 돌바닥 사이에 묻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남편께서 열심히 책을 뒤지며 혹시나 설명이 있는지 열심히 찾고 있다. 끝내 못 찾아서, 나중에 가이드에게 물어보자며 다시 바츨라프 기마상으로 내려왔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내려오며 내가 남편에게 "분신 자살"에 대해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 위에서 본 구조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프라하의 봄' 때, 체코의 민주화를 외치며 국립박물관 입구에서 온몸에 불을 붙인 채 한 청년이 계단을 걸어 내려와 쓰러진 자리에 위에 있는 십자가 구조물을 만든 것이다. 온몸에 불을 붙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천천히 걸어 내려왔다고 한다.

그 뒤로, 일년 후 또 다른 청년이 똑같은 방식으로 체코의 민주화를 외치며 분신 자살을 했고, 이에 두 사람을 기리기 위해 바츨라프 기마상 아래쪽에 오른쪽과 같은 추모 비석을 세우게 되었다...

전태일 열사도 생각나고, 철들고 나서 겪었던 많은 분신 자살들이 생각났다. 하지만, 살을 태우고 뼈를 태우는 고통만큼 충분히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 주었을까? 여러 가지로 마음이 복잡했다...

트램을 타고 프라하성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 트램은 체코에서 자체 개발한 트램으로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선전을 한 신형 트램이라고 한다. 칸과 칸이 나뉘는 부분에 서 있다가 커브돌 때 낑겨 죽는 줄 알았다. ㅋㅋ 저, 흰 모자가 가이드 청년이다.

 

프라하성 입구의 전면/후면이다. 생각보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래도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이 있는 성문이다. 이 성문을 통과한 후문 뒤쪽을 배경으로 다시 찍어 보았다. 뒤에서 보니, 그제서야 성문이 겪어온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가 있다... 프라하 성문이 어찌 되었건, 우리 남편은 신났다. ㅋㅋ

 

프라하성문을 통과하자마자 보이는 수도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금욕주의 수도원으로 실제 미사가 열리는 수도원이다. 섬세한 조각들과 황금 장식들이 아주 인상적인 건물이다.

 

실제로 수도원에서 생활하시는 신부님이시다... 하얀 옷이 아주 인상적이다. 게다가 얼굴도 팀 로빈스를 닮았다. 뿌히힛.

 

미사를 끝내고 나오는 남자들에게는 나이를 막론하고 저런 막대기가 하나씩 들려 있다. 저 막대기로 여자들의 엉덩이를 때린다. 부활절 풍습 중 하나라는데, 여자들의 엉덩이를 때려주면 사악한 기운이 몸에서 빠져나간대나 뭐래나... 저렇게 남자들이 때려주면, 여자들은 고맙다고 사탕이나 계란을 준다. 나이 어린 꼬마들은 사탕 한번 얻어보겠다고 여자들 엉덩이를 때리고 다니느라 정신 못차리고 있었다. ㅋㅋ

 

수도원 내부다... 사진 찍지 말라는 표시가 있었지만, 모두들 플래쉬를 터뜨리지 않은 채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찍었다. 남편도 동조했다. 근데, 함께 투어를 받은 아줌마가 사진 찍지 말라고 되어 있다며 한소리 했다. 우리 남편 용감하게, "다들 찍는데요?" 라고 대꾸했다. 뿌히힛.

 

프라하 성의 전망대... 빨간 지붕의 낮은 건물들이 옹기 종기 모여 있는 프라하... 다른 유럽의 도시들에 비해 좀더 아기자기하고, 파스텔 톤의 건물 색 또한 너무 이쁘다. 바람이 좀 많이 불어서 머리가 수습이 안 되었다는 걸 빼고는, 하늘이며 기온이며 너무나도 완벽한 날씨였다.

 

로레타 성당을 배경으로... 첫번째 사진 왼쪽의 동상은 체코의 2대 대통령의 동상이다. 굉장히 불행했던 대통령으로, 임기 내내 고생하고, 퇴임과 복직을 반복했던 대통령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동상도 무척 우울한 분위기를 풍긴다...

 

어떤 사람의 대저택이었다고 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쩝.

 

프라하 성의 근위병 교대식. 매 정오마다 이루어지는 교대식을 보기 위해 프라하성 대통령궁 앞에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다. 가이드의 잔머리 덕분에 우리는 저기서 걸어오는 근위병들의 뒤꽁무니에 붙어 따라갔다. 사람들이 당연히 근위병들을 위한 길을 열어주고, 우리는 그 꽁무니에서 계속 따라가 결국 정문 바로 앞에 아주 편하게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뿌하핫. 정문 위를 장식한 섬세한 황금 문양 속에도 한때 체코를 지배했던 오스트리아의 상징적인 문양이 들어 있다. 정확히 뭐였는지는 기억 안 난다. ^^;;

 

프라하성의 대통령궁을 지키고 있는 근위병이다. 저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곁으로 가서 사진을 찍는데 전혀 표정 변화도 없고 움직임도 없다. 누군가 지나치게 접근하거나, 직접 건드리거나 하면 들고 있는 총으로 바닥을 '쾅!' 내리찍어서 물러서게 한다고 한다. 하지만 가이드 왈, 한국의 스튜어디스같은 예쁜 여자들이 오면 옆에 가서 팔짱을 껴도 가만히 있고, 심지어는 힐끗힐끗 곁눈질로 보기도 한다고... 남편께서 자꾸 옆으로 더 가보라고 했지만, 행여 총을 콱 내리 꽂을까봐 소심한 A형은 그냥 저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ㅋㅋ

 

근위병이 지키고 있는 대통령궁 정문 양쪽에는 저렇게 황금관을 쓴 사자와 독수리상이 있다. 사자와 독수리는 각각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상징하는 것으로 체코가 오랜 기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의 지배를 받았음을 알려주는 조각이다. 또한, 몽둥이와 칼로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는 조각도 오스트리아와 체코의 관계를 나타내주는 조각으로, 둘다 가해자는 오스트리아, 피해자는 체코를 상징하는 조각이다. 가까이서 보면 체코인의 눈동자는 빠진 채 조각되어 약간 공포스러운 느낌을 준다. 체코로서는 정말 치욕적인 조각이지만, 이것 또한 체코의 역사이므로 절대 잊지 말자는 의미에서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궁 맞은 편에는 동상 하나가 대통령궁을 노려보며 서 있다. 동상의 주인공은 '토마스 마사릭' 이라는 체코의 초대 대통령으로 체코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물. 죽어서도 후대 사람들이 정치를 잘하는 지 못하는 지 지켜보기 위해 저 자리에 저런 방향으로 동상을 만들어달라는 유언을 했다고 한다. 나야 체코의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니 진짜 훌륭한 대통령이었는지 아니었는지 판단할 길 없지만, 그래도 저런 유언을 남길 정도라면 굉장한 애국자는 맞는 듯...

 

 

 

근위병 교대식이 있었던 제1정원을 지나, 제2정원으로 가는 문이다.

저문 역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가의 지배의 흔적이남아 있는 조형물로 저 가운데 문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합스부르크가의 권위를 우러르고 복종함을 의미하도록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저 옆에 있는 좁은 문으로 지나갔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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