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여름 휴가, 출발! 

화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도로가 한산하다. 남들 안 쉴 때 쉰다는 건, 이래서 좋다. 날은 좀 뜨겁지만, 쌩쌩 달려주는 속도감이 가슴 속을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첫번째 목적지는 경주. 원래 예정에 없던 계획이었는데, 마침 작은 형님댁이 경주로 휴가를 가신다길래 예상보다 하루 일찍 출발해서 함께 보내기로 결정했다. 목적지는 KT경주수련원. 10시쯤 출발해서, 휴게소에서 점심 먹고 쉬고 그러다보니 4시 정도에 경주에 도착했다. 일단 도착해서 숙소에서 잠시 쉰 후, 연꽃이 만발했다는 안압지로 향했다.

경주에도 러시아워가 있는 지,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하려 했건만 결국엔 해가 다 져서야 도착했다. 저녁을 먹고 출발해도 해가 길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날이 흐리고 비가 와서 더더욱 금방 어두워진 듯. 하지만, 어두운 밤의 연꽃도 운치가 있었다.

연못에 떠 있는 작은 연꽃만 보았던 나로서는, 애니메이션 같은 데서 연꽃으로 우산을 대신해서 쓰는 장면은 과장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내 키만큼 큰 연꽃들과 커다란 연잎을 본 순간, 그것이 현실에 기반한 것임을 깨달았다. 너무 아름답고 신비했다.


안압지로 들어갔다. 안압지는 궁성안에 조성된 인공 못이다. 중간에 세개의 섬이 배치가 되어 있는데, 문무왕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왕이 한적하게 거닐며 산책하기 딱 좋게 만들어졌는데, 야경이 아주 멋졌다. 한 때는 우리 나라 조명 기술이 너무 유치찬란하게 여겨진 적이 있었는데,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곳은 화려하게, 그렇지 않은 곳들은 약한 간접 조명으로 밝혀 놓은 것이 한낮에 보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지게 느껴지도록 해준다. 다음엔 낮에 다시 와보고 싶어졌다.


이튿날은 일어나 양동마을로 향했다. 내려가는 길에 후배가 추천해주긴 했는데, 과연 들를 시간이 될까 했었다. 그런데 마침 형님이 꼭 들러볼 행선지로 꼽아 놓고 계셨던 것이다. 그래서 급하게 추진. 하지만 교통편 문제도 있고, 형님네 아이들이 가고 싶어하지 않아서 수혁이까지 숙소에 떼어놓고 정혁이만 데리고 출발. 경주 숙소에서 40분 정도 걸려 도착했다. 도착한 날이 마침,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3주년 기념일이라 무료 입장! 입장료가 뭐, 얼마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런 건 참 기분 좋다. ㅋㅋ

정혁이 모자를 고쳐 쓰고... 출발.


멀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


입구까지 걸어오는 것만으로도 너무 더워, 초입에 있는 가게에서 일단 음료수 흡입.ㅋㅋ


여기도 연꽃이 흐드러지게... 이쪽 동네는 이상스럽게 연꽃이 많네...


정말 옛날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고즈넉한 마을이다. 화석처럼 남아 형태만 보존된 마을이 아닌, 아직도 사람들이 그 안에서 정말 살아가고 있는 마을이라는 게 더 놀랍다. 마을 초입에서 보면, 굉장히 작은 규모라는 느낌이 드는데, 작은 구릉들 사이로 아주 깊고 넓게 분포되어 있다. 초입에서 보이는 것과는 정말 딴판... 정말 꼼꼼하게 구경하고 싶었지만, 날도 너무 더웠고, 우리 둘째가 힘들어해서 많이 돌아보진 못했다. 조금 선선한 날씨에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드는데, 과연 언제쯤 가능하려나... 여기서부터는 마을 사진 투척. 한번 구경해보시길...


파노라마로 찍은 전경.


정혁이가 많이 더워 했지만, 그래도 안아달라고 조르지 않고 잘 다녀 주었다. 기특한 넘... 완전 땀범벅이 된 모습으로 애교도 부려주고 많이 고마웠다. 


양동마을을 나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이번엔 옥산서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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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산서원(玉山書院)은 회재(晦齋) 이언적(李彥迪, 1491∼1553)의 덕행과 학문을 기리기 위해 1573년(선조 6)에 창건되었다. 서원은 1574년(선조 7)에 '옥산(玉山)'이라는 사액을 받았으며, 흥선대원군이 전국 47곳의 서원을 제외한 나머지 서원을 철폐할 때에 훼철되지 않은 서원 가운데 하나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옥산서원 (한국 미의 재발견 - 궁궐 · 유교건축, 2004.11.30, 솔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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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산 서원은 이런 곳.^^


작고 아담한 서원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기숙학원, 기숙학교라고 봐야 하려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공부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규모가 크진 않았다. 

옥산서원의 입구...


아늑한 안마당


뒷쪽의 경당


이 옥산서원의 현판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


옥산서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환상적인 것은 옥산서원 바로 옆의 계곡이었다. 물놀이객들이 꽤 많이 와 있었는데, 정말 계곡이라고 하면 딱 떠올릴만한 전형적인 곳으로, 얕은 곳부터 다이빙이 가능한 깊은 곳까지, 아이들의 모든 재미를 채워줄 수 있는 계곡이었다. 게다가 텐트를 칠 수 있을 정도의 너른 곳도 있었고, 울창한 나무들로 완전히 그늘이 만들어지고, 윗쪽에는 너른바위들이 층층이 놓여 있는 게 보기에도 정말 장관이었다. 집 가까운 곳에 이런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여름 피서지로는 정말 최적의 장소인 듯...

계곡 올라가는 길...


계곡 위쪽의 너른 바위들...


계곡에서 바라본 옥산서원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계곡 건너기 놀이... 난 무서워서 패쓰. ㅋㅋ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숙소 안에 있는 수영장에서 물놀이... 정혁이가 튜브를 타고 너무 잘 다니기에 발힘이 센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발이 바닥에 닿는 상황.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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