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몽생미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초원은 소금 초원입니다. 바로 저 수도원 부근부터 바다라 염분을 많이 머금은 곳이라고 하네요. 소금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양들, 그런데 가만 보면 발과 얼굴만 까맣게 생긴 아주 특이한 애들입니다.

 

몽생미셸은, 섬 위의 수도원입니다. 이 섬은, 우리 나라의 진도처럼 밀물과 썰물에 따라서 육로로 연결되기도 했다가, 다시 섬이 되기도 했다가 합니다. 조수간만의 차가 15m나 된다고 합니다. 프랑스 정부는 이곳이 유명해지고, 많은 순례자들과 관광객들이 찾아오자 이곳에 둑을 쌓고 철길을 놓아서 사람들이 다닐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철길만 걷어내고 자동차로 갈 수 있도록 둑에 포장도로를 만들고 양쪽에 주차장을 조성했습니다. 그러다가 바로 얼마 전 그 주차장을 폐쇄하고 다소 먼 곳에 주차장을 만든 후, 셔틀버스를 타고서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다가 되던 곳에 둑을 쌓아 놓으니 물의 흐름이 바뀌게 되고, 그러면서 둑의 양안으로 심한 퇴적이 진행된다는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지형이 변하고, 그것이 주변의 경관과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프랑스 정부에서는 다시 둑을 걷어내겠다는 큰 결단을 내립니다. 그래서 지금은 사방이 공사 현장입니다. 일단 퇴적물을 걷어내고, 둑을 다시 없앤 후, 섬에 접근하기 위해 다리를 놓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공사가 2025년 완공 목표라는군요. 어찌 보면 참 별 거 아닐 것 같은 공사인데, 일단 자연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어떻게든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나라 같았으면 2~3년 안에 끝날 공사 같은데 말이죠. 어쨌든, 한번 자연을 망가뜨린 결과로 다시 십수년에 걸쳐 돈과 시간을 들여 복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우리의 4대강이 떠오릅니다. 아... 복구하려면 도대체 얼마가 들런지... 복구는 될 수 있을런지...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일 입구입니다. 오로지 길은 하나. 양 옆으로 기념품 가게가 즐비합니다. 옛날에도 이곳은 수도원을 찾아오는 순례자들을 상대하는 가게들이 있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중간에 놓여 있던 광고판...? 여튼, 여기 사진 보시면 예전에 둑이 없던 시절의 사진입니다. 물 들어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옛날 순례자들 중에는 물에 휩쓸려 죽은 사람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마지막 입장이 5시라서, 일단 허겁지겁 올라갔습니다. 수도원 입구입니다.

 

원래는 돌섬이었던 거죠. 그 돌 섬 위에 수도원을 지은 거라, 여기저기 곳곳에 원래 자연 그대로의 바윗덩이들이 드러나 있습니다. 정말 고생 많았을 것 같아요.

올려다본 수도원의 꼭대기... 전형적인 고딕 양식이네요.

 

제일 위의 황금빛 미카엘 천사 보이시나요? 미카엘 천사는, 이 수도원을 짓도록 주교의 꿈에 나타났던 천사입니다. 그래서 이 수도원을 짓고, 화룡정점으로 제일 위에 미카엘 천사를 올린 거지요. 이건 직접 올리지 못하고, 비행기를 동원해 마지막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수도원의 건축 과정을 모형으로 전시해놓은 것이 밑의 사진들입니다.

자 이제 꼭대기에 미카엘 천사를 올리는 작업입니다.

 

수도원 제일 위의 전망대까지 올라가서 바라본 전경입니다.

이게 다 갯벌이에요. 이 갯벌은 굉장히 단단해서 밟아도 빠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걸어다니기가 편하대요. 그리고 갯벌도 색이 하얀 편이에요. 우리 나라의 갯벌은 어두운 색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전망대에서 한 장. 저 뒤에 보이는 것도 무인도입니다. 이 섬이 한 때는 요새로 쓰였었는데, 그 때 저 무인도와 함께 철옹성이 되어주었다고 합니다. 저 섬에 지어졌던 요새는 다 파괴되고, 지금은 다시 무인도가 되었구요, 이 섬은 수도원이 된 것이죠.

 

수도원의 주 예배당입니다. 내부 양식도 전형적인 다른 고딕 양식의 성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높은 아치와 둘러선 회랑...

여기 저기 놓여 있는 성모상, 아치형 창문들... 이 수도원은 고딕양식과 로마네스크양식이 혼재되어 있습니다.

웅장한 느낌이죠...?

 

여기도 계단틈에 바위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네요.

 

뒤에 보이는 곳은, 수도사들이 밥을 먹고 묵상을 하며 거닐었던 회랑입니다.

회랑이 참으로 화려하죠? 회랑 안쪽의 정원도 매우 깔끔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회랑에서 내다본 갯벌입니다...

회랑의 조각 장식이 참 섬세합니다. 나무 아치도 특이하구요.

회랑에서 올려다본 수도원 상부...

 

수도원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을 나타내주는 부조입니다.
수도원을 만든 것은 오베르 주교입니다. 어느날 오베르 주교가 꿈을 꾸는데 미카엘 천사가 나타나서 이 섬에 수도원을 지으라고 얘기를 합니다. 오베르 주교는 그냥 꿈이라 생각하고 무시해 버렸습니다. 그러자, 다시 미카엘 천사가 꿈에 나타나 오베르 주교의 이마를 엄지 손가락으로 꾹 누릅니다. 꿈에서 깬 오베르 주교가, 자신의 이마에 난 손가락 자국을 보고 그제서야 실행에 옮겨 이 수도원이 지어졌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미카엘 천사가 말하기를, 이 섬에 수도원을 지으면 절대로 외적이 이 땅을 차지하지 못하게 막아줄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실제로 이 섬은 단 한번도 외적에 의해 점령 당한 적이 없었고, 백년 전쟁 때도 영국은 결국 프랑스를 함락하지 못하고 물러서게 됩니다.  따라서 프랑스 사람들에게 이 몽생미셸은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구요. 수도원 제일 꼭대기에 황금빛 미카엘 상을 올리게 된 것도 다 이런 이유인 것이지요.

 

이곳은 순례자들이 묵었던 곳입니다.

 

수도원에 오게 되는 순례자들의 짐과 기타 여러 가지 필요 물품들을 끌어 올리던 도르레입니다.

 

알파와 오메가라고 써 있네요. 이곳은 장례 집전이 이루어지던 공간입니다.

피에타 상.

장례식을 치루던 곳에 어울리는 그림이라고 해야 할 지...

 

원래 수도원은 오로지 수도사들이나 순례자들만 묵을 수 있었습니다만, 이 곳은 요새로도 쓰였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기사들을 위한 공간이 존재합니다. 이 곳이 기사들이 묵었던 숙소입니다.

숙소에 있다가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기사들이 뛰어 내려가던 계단입니다.

 

이제 수도원을 내려오면서 찍어 보았습니다. 수도원의 뒷모습쯤 되겠네요.

 

수도원 밑의 마을에서 한장. 집들의 모양이 상당히 특이하죠?

나무조각 하나하나를 이어붙인 지붕입니다.

전형적인 노르망디 양식의 집이네요. 어떤 집은 납작돌들로 지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수도원으로 올라가는 좁은 길들과 옹기종기 들어앉은 집들...

 

다시 수도원 입구.
여기에는 유명한 과자가 하나 있습니다. 뿔라 Poulard 아줌마라고, 아주 오래 전 순례자들을 위해 오믈렛을 정말 맛나게 만들어 팔던 아줌마였는데, 이 아줌마가 음식 솜씨가 좋아서 과자도 맛나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식당에서는 여전히 오믈렛을 팔고, 이 아줌마 이름을 딴 과자를 여기저기서 팔고 있습니다. 식당은 지금 그 아줌마의 후손이 경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여기서 과자를 많이 사더군요. 저도 회사에 가져갈 과자를 좀 샀습니다.

 

우리가 먹은 저녁. 해물 모듬을 시켰습니다. 옹플레흐에서 홍합 한 냄비를 먹는 모습을 보고, 해산물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해물모듬이 괜찮다길래 일행 모두 이걸 시키고, 가이드 아저씨는 홍합을 시켰습니다. 결론은... 별루.
일단 게는 정말 맛 없었습니다. 우리 나라 꽃게나 대게만큼 달지도 않고, 그렇다고 킹크랩마냥 실하지도 않은 상황. 퍽퍽하고 별 맛 없더라구요. 고동 류는 나름 괜찮았는데, 메인이라 할 수 있는 게의 맛이 별루라서 실망이었습니다. 고동/소라는 정말 많이 주어서 결국 고동은 많이 넘겼습니다. 먹기 위한 노동력이 너무 많이 들었어요.
가이드가 이곳의 특산물 중 하나인 뽐므 시드르를 사주었습니다. 사과 탄산주? 사과 샴페인? 이라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정말 술 같지도 않고, 달달하니 정말 맛났습니다. 하지만, 주당인 남편은 너무 술 같지 않다고 그닥 좋아하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내 입맛에는 딱!

 

저녁을 먹은 후, 몽생미셸의 야경을 찍기 위해 다시 수도원 밑으로 버스를 타고 왔습니다.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았습니다.

 

해가 지면서 제일 가운데부터 불이 켜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희한한 것이, 불이 한번에 켜지지 않습니다. 가운데를 시작으로 해서 한군데씩 한군데씩 켜지는 것이, 아무래도 사람이 올라가면서 수동으로 켜는 것 같은 느낌. 관리실이라든가 이런 곳에서 한번에 켜면, 쫙 불이 들어오는 걸 예상했는데 너무나도 황당하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나씩 하나씩 불이 켜지더라구요. 정말 재미났습니다.

시간차를 두고 가이드가 계속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우리는 삼각대를 안 가져가서 가이드가 찍어준 사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바로 위 야경 사진은 삼각대도 없이 남편이 인간승리의 정신으로 얻어낸 야경! 오른쪽의 공사용 크레인이 흠이지만, 정말 잘 찍었네요. 사진 밑의 형광색 조끼를 입은 사람들은 일본인 관광객입니다. 너무나 재미있게도, 일본 관광객들은 다 저걸 입었더라구요. 야경 투어를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여행사에서 일괄적으로 나눠준 듯 합니다. 아무래도 밤이고, 차가 다니는 곳이니 안전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는지 미리 준비는 잘 했지만, 마침 옆이 공사장이다보니 다 공사장 인부 같아 보였다는...^^

이렇게 해서 몽생미셸 투어가 끝났습니다. 너무나도 아쉬운 하루, 정말 길었던 하루.
하지만, 정말 멋진 풍경들을 눈에 가득 담아 올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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