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날은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몽생미셸(Mont Saint Michel) 투어!
한국에서 이미 한달 전쯤 고민 끝에 투어를 예약해 두었습니다. 프랑스 하면 에펠탑, 루브르 못지 않게 몽생미셸이 연상되곤 했던 지라 소원풀이가 오히려 늦은 편이라고 해야 할런지요. 어쨌든, 이번 파리 여행의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었지요. 오늘은 노르망디 해변 특집입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우리에겐 낯익은 지명이지요. 그 노르망디 맞고요… 여튼, 그쪽 해안에도 절경이 많다 하더라구요. 우선 에트르타를 들렀다가, 옹플레흐를 거쳐, 몽생미셸까지 가는 기다긴 일정. 아침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예정된 아주 빡센 일정입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비가 옵니다. 부슬부슬~~~ 거참. 내다 보니 우산을 안 쓴 사람이 없을 정도의 비네요. 하지만, 곧 개이기를 바라며 출발했습니다. 우선 가이드를 만나기로 한 콩코드 광장까지는 오빠가 태워다 주었구요, 콩코드 광장에 도착해보니 승합차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 말고 모녀 두 명의 일행이 있더군요. 일행이 있는 게 나쁠 건 없지만, 대학 다닌다는 그 딸은 시차 적응도 안 되고(우리보다 하루 먼저 왔건만!) 감기까지 걸려서 가이드 설명은 관심도 없고 오로지 잠만 자더라는… ㅋㅋ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에트르타(Etretat) 였습니다. 다행히 날이 환~하게 개서 정말 환상적인 햇살을 뿌려줍니다. 오르세에서 보았던 그림에도 나오는 그 에트르타의 코끼리 절벽! 다음의 행선지인 옹플레흐랑 가까운 편입니다. 그래서 모네는 옹플레흐에 사는 스승에게 그림을 배우면서 이곳에 자주 들러 그림을 그렸다고 하네요. 많은 화가들이 사랑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저 절벽위 푸른 곳은 바로... 골프장입니다. 에트르타 골프장. 정말 멋지다고 하네요. 골프를 안 치는 저로서는 뭐 상상도 잘 안 되지만, 여튼... 좋아 보이긴 합니다.

 

마을까지 한 화면에 넣어봤습니다. 정말 아기자기하고 이쁜 마을이죠.
사진의 배경이 되는 곳은 엄마 코끼리 입니다. 코끼리가 바다에 코를 빠뜨리고 서 있는 것 같은 모양 맞지요? 엄마 코끼리 뒷편으로는 좀 더 굵은 코의 아빠 코끼리 바위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 완전히 정반대의 위치로 가야만 보이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투어 상품에 따라 거기까지 걸어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던데, 우리는 시간 관계 상 생략. 그림 엽서로만 만족해야 할 것 같네요.  

 

에트르타를 주제로 한 화가들의 그림에는 종종 아빠 코끼리도 나옵니다. 1번이 아기코끼리, 2번이 엄마코끼리, 3번이 아빠코끼리입니다. 우리가 서서 기념 사진을 찍은 위치가 4번입니다.

 

언덕 위에는 기념 탑이 하나 서 있습니다. 최초로 지중해 횡단 비행기가 떴던 곳이 바로 이 에트르타 언덕 위라고 합니다. 그 당시 파일럿들의 얼굴이 새겨진 부조도 있고, 기념탑과 기념관이 있습니다. 사실… 뭐, 그닥 멋지지는 않고 어울리지도 않아요. 너무 크기만 하고 말이죠. 프랑스답지 않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건 작고 아담한 교회. 들어가 볼 수는 없더군요.

 

뒤로 보이는 게 아기 코끼리 바위입니다.

 

해변도 자갈 해변입니다. 아주 특이해요.
해변에 경고 문구가 써 있었습니다. “이 자갈은 해변의 자산이고, 이 마을 사람들은 이 해변으로 인해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당신이 이 자갈을 하나 집어가면, 그 만큼 이 해변 마을의 생존을 위협하는 게 된다…” 아주 정중하면서도 피부로 확 와 닿는 경고 문구더라구요. 그냥 “자갈 채취 금지!” 뭐 이렇게만 써 놓는 것보단 훨씬 구속력이 크지 않나요.

 

 

마을 자체가 너무 아기자기하고 이쁩니다. 처음에 동사무소 같은 곳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은 현재 기념품 가게입니다. 그 앞이 이 마을의 광장. 사실, 광장이라 하기엔 거시기하지만, 뭐 유럽쪽은 광장은 ‘넓은 평지’ 라기 보단 ‘널리 열려있는 곳’에 가까운 거니까요.

 

그냥 마을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발견한 도자기 가게입니다. 컵 하나에 5유로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살까 말까 몇번을 집어 들다가 그냥 왔습니다. 저 정도의 도자기는 이천에 가도 많을 것 같아서요. 흐흐.

 

이곳에서 출발한 시간이 거의 11시 30분 넘어서인 것 같습니다.
두번째 행선지로 달리면서 센강을 가로지르는 노르망디대교를 건넜습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사장교에 드는 다리지요. 한 때는 세계 최장의 사장교였으나, 기록은 뭐 늘 갱신되는 것이구요. 인천대교보다 약간 긴데, 좀 거시기한 건 인천대교 디자인이 거의 이거랑 똑같다는 것입니다. 음… 사장교의 한계인 건지, 완벽한 표절인 건지는 잘 모르겠구요. 여튼, 사진과 달리 경사가 장난 아닙니다. 사진을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 다리를 건너면서 찍어봤자 view가 좋게 나올 것 같지도 않으니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으로 대체. ^^ 

 

달리고 달려~ 옹플레흐 항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아, 정말 예쁜 항구 마을이지요. 이 마을은 모네의 선생이었던 외젠 부댕(Eugene Boudin)이 살던 곳이라, 이 사람 이름을 딴 미술관도 있습니다. 아주 작은 항구구요. 예전엔 이 마을의 항구에서 수산업까지 모두다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외곽쪽에 신항구가 새로 생기고 이곳은 개인용 요트 정박이 대부분입니다. 이 요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뭐하는 사람들일까요…?^^


 

마을 입구의 샌드위치 가게에서 간단한 점심을 사서 해결했습니다. 요트를 바라보는 계단참에 앉아서 먹었어요. 워낙 밥값이 비싼 동네다보니, 베르사유 궁전에서든 루브르에서든 그 어느 곳에서든 이렇게 샌드위치와 음료수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무지 많아요. 관광객이든 현지인이든 말이죠.

 

점심을 다 먹은 후, 다시 항구 입구에서 전체가 다 보이도록 한컷 더.

 

이곳은 높은 분들이 마을에 내려오시면 묵게 했던 공관 같은 곳이라고 합니다. 나무와 돌이 어우러진 독특한 양식이죠. 나무로 촘촘히 기본 골조를 만들고 사이사이를 다시 나무로 이은 후, 사이사이를 메꾸는 게 노르망디 양식이라고 하네요. 이건 노르망디 양식에 석조건축이 섞인 형태네요.

 

아주 이국적이지 않나요? 그런데 보면, 북유럽의 어느 곳 같기도 해요. 대부분의 건물들이 2~3층 정도까지와 그 이상이 약간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저층은 노르망디 양식으로 지어진 것이고, 그 이후에 북유럽, 특히 노르웨이 쪽의 영향을 받아서 증축되었음을 보여준다는 거죠. 저 건물들 뒤쪽은 지대가 더 높아서 앞에 보이는 2층이나 3층 정도가 뒷면의 1층이 됩니다.

좀 전에 보았던 항구 주변 건물들의 뒷모습입니다. 항구쪽 1층이 대부분 상가였던 것처럼, 골목 쪽을 기준으로 볼 때 1층들도 대부분 상가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모습이 전형적인 노르망디 양식이네요.

 

이건 원래 교회였어요. 지금은 해양 박물관 같은 곳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참 이쁜 골목입니다. 그런데 이 길의 이름은 '죄수의 길'이라고 하네요. 골목 안쪽으로 보이는 곳이 죄인들을 가둬 두던 곳이라서 그렇게 붙여졌다고 합니다.

 

요트를 배경으로 해서 다시 한번. 가이드가 남편더러 이곳은 프랑스인데 도대체가 왜 천편일률적인 포즈를 보이냐며 구박하는 바람에, 얼굴도 웃고 있고 포즈도 좀 바뀌었습니다. 하하.

 

외젠 부댕의 그림의 배경이 된 장소입니다. 딱 이 지점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면, 그림과 똑같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변한 게 하나도 없네요. 어딘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그림과 풍경... 우리 나라는 18세기 모습이 남아 있는 곳이 어디에 가면 있을까요?

 

옹플레흐는 정말 작은 어촌 마을이지만, 화가들이 워낙 좋아했던 곳이고 무엇보다 인상주의에 영감을 불러 일으켰던 외젠 부댕의 고향이니만큼 화가들의 아뜰리에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실제로 현대미술 작품을 취급하는 화랑도 정말 많았어요. 문제는 가격이 장난 아니라는 거…^^;;

 

모네 그림의 배경이 되었던 골목길입니다.

화가들의 아뜰리에가 몰려 있는 골목입니다. 골목의 모습 자체가 예술이에요.

 

카트린느 성당과 종탑입니다. 가장 오래된 고딕 양식의 목조 성당이라고 하네요. 고딕은 늘 석조만 보아왔던 지라 정말 특이해요. 목조인 까닭에 그리 높진 않았고, 석조 건물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깁니다. 왠지 사찰의 느낌이 나요. 재료의 차이가 중요한 까닭입니다. 프랑스의 시골 성당에서 절의 향기를 느끼다니요…

 

성당 내부입니다. 석조 고딕만큼 웅장하고 큰 느낌은 아니죠. 소박한 느낌입니다.

이곳의 파이프오르간은 소리가 또 남다르다고 합니다. 다른 성당과는 달리 나무에 소리가 부딪히기 때문에 훨씬 부드럽고 깊은 소리가 난다는 거에요. 들어볼 수 없는 게 아쉬울 뿐…

이제, 옹플레흐를 떠나 드디어 몽생미셸을 향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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