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지은이) | 푸른숲 | 2008-07-07 | 초판출간 2008년


내가 책에 대해서 나름 집착을 하는 이유는 콤플렉스에서 기인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렸을 때 나는 책을 많이 읽는 아이가 아니었다. 책보다는 그냥 나가서 뛰어 놀고,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게 훨씬 더 즐겁고 행복했고, 중학교 이후의 사춘기 무렵에는 그저 학교와 시험공부 이외에는 오로지 교회에 모든 시간을 바쳤으니, 책 읽을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다행히, 내가 대학에 가던 시기까지는 그렇게 문학적 소양이 높지 않아도, 교과서에 나오는 소설과 선생님들이 추천하는 일부의 문학작품만 읽어주면 크게 문제될 것도 없을 때였고, 그저 온몸으로 노는 것에만 몰중하던 나도 다행히 대학이라는 걸 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대학에 들어오면서부터 은연 중에 나의 '무식함'에 대해서 깨닫기 시작했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와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정말 천재 아닌가 싶을 정도로 뛰어난 지력을 지닌 사람들도 있었고, 범접할 수 없는 언변으로 무장한 사람들도 있었고,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독서편력을 자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학교 공부를 나보다 잘한 사람들이야 발에 채일 정도로 많았고 말이다. 

그리고 선배들과 세미나 같은 걸 할 때면 더더욱 난감했다. 그냥 문자 그대로 '읽고'만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고, '비판적 사고' 따윈 애초에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 때까지 나는, 나에게 부족한 것이 '창의성'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본적인 '사고력'  또한 부족했던 것이다.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책 읽고, 책에서 말하는 거 다 믿어버리기. 그래서 세미나를 하면 난 늘 벙어리로 변하곤 했었다. 

그런 무식한 나를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서 일단 '다독'이라도 해봐야겠다 싶어서 읽기 시작한 책들... 그래서 어쩌면 난 책에 관한 한 늦바람이 난 케이스라고 볼 수가 있다. 어쩌면, 아직도 '다독'의 스타일에서 벗어났다고 보긴 어려울 때가 있지만, 그래도 이젠 이렇게라도 기록을 남기고, 읽다가 어떤 대목에 줄도 치고, 나름 합리적인 의심을 품어보기도 하면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젠 '책읽기' 자체가 내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음을 느끼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냥' 읽는 경우가 많을 때가 있는 초심자라고나 할까.

이 책은 여러 사람들의 인생과 책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기들 스스로가 책을 쓰는 사람이 되었으니, 그들의 인생에서 책이 차지하는 자리가 어떠할 지는 충분히 짐작이 될 수 있을 터. 그만큼, 그 사람들은 책을 읽으며 인생을 배웠고, 책 속에서 세상을 발견하고, 자아를 발견한 사람들이다. 그만큼, 아주 어릴 적부터 책은 그 사람들의 인생과 동일한 단어가 되었고, 그렇기에 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책들 또한 예사롭지가 않다. 욕심 같아서는 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던 그 책들을 나도 다 읽어보고 싶지만, 그건 그냥 그 사람들의 인생을 다시 한번 더 들여다보고픈 호기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 같아서 조용히 책을 덮었다. 나도 나만의 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 책들이 나의 삶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끔씩 누군가가 쓴 글을 볼 때면,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이 사람들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 궁금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궁금해 할 만한 인물들에 대해서, 그 사람들이 책과 함께 어떤 길을 걸어왔는 지 보여주기 때문에 즐겁게 읽을 수 있고,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수많은 추천 목록을 만나서 기분 좋고, 그 사람들의 인생을 통해서 나에게 지적 자극을 주니 고마운, 그런 책이다. 지금보다 좀 더 '사색'을 더해가며 책을 읽어 보리라. 읽는 만큼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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