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캠핑은 대관령!!!

개천절 연휴를 맞아, 오랜만의 2박 3일 일정으로, 늘 가는 경기도 부근이 아닌 먼 곳으로 잡아 보았다.

그러나...

개천절 연휴에, 단풍놀이, 영동고속도로... 결국, 3시간 반 정도 걸리는 곳을 7시간에 걸쳐서 갔다. 물론, 중간에 30분 정도씩 두번 휴게소에 들르긴 했지만, 결국 첫날은 차 안에서 낮 시간을 다 보낸 꼴이 되었으니 좀 허탈했다고나 할까. 어쨌든 거북이마냥 엉금엉금해서 캠핑장 도착은 5시 30분. 산속이라 해는 빨리 지고, 거의 어두컴컴할 무렵에 서둘러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타프를 거의 다 칠 무렵부터 갑자기 한두방울씩 떨어지는 비... 나중엔 제법 많이 쏟아졌다. 폭우나 소나기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그냥 맞기는 힘들 정도의 비. 급하게 텐트를 치고 부랴부랴 저녁을 먹고. 그렇게 첫날은 지나갔다.

비에 젖어 생쥐꼴이 된 우리 텐트... 플라이를 걷어 올려서 타프까지 비 맞지 않고 다닐 수 있게 해놓았는데, 저렇게 해놓으니 문간 쪽으로 비가 치고 들어가더라는. 뭐, 모든 걸 만족시킬 순 없는 것이니까.


그야말로 산골 동네... 저 산 너머에도 캠핑장이 있는 듯 했다. 표지판도 있고, 차들도 제법 들어가는 걸 보니. 


앞에 보이는 집들은 모두 펜션. 나름 아기자기 이쁘게 잘 꾸며 놓았다. 


우리 사이트는 관리실 바로 코 앞. 전화로 문의했을 때, 아이들이 있으면 아무래도 관리실 주변이 좋을 것이라고 해서 이쪽 사이트를 예약했는데, 처음에 와서는 정말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지도 상으로는 대여동까지 해서 모두 5동이 위치할 자리였는데 아무리 봐도 두 자리밖에 보이질 않는 거다. 다행히 캠장께서 다른 사이트를 모두 예약처리를 해놓는 바람에, 우리 두 가족이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완전 길거리 같은 곳을 예약한 느낌이라 일행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까지...

하지만, 있어보니 나무가 우거진 숲의 느낌이 없는 건 좀 아쉬웠지만, 편의시설이 가까워서 정말 좋았고, 텐트 방향을 잘 잡아서, 관리실 오가는 사람들에게 방해 받지도 않았다. 주변에 펜션들이 많았지만 손님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방해도 받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아이들은 어쨌든 이 의자를 제일 좋아한다. 동생이 형아를 안은 모양새가 됐지만... 둘이 사진 찍는다고 포즈 잡은 폼이 어찌나 귀여운 지... 시크한 혁 형제.


둘째 날은 서둘러서 아침을 해먹고 부랴부랴 양떼 목장으로 출발! 

대관령엔 내가 아는 것만 목장이 세개다. 대관령 양떼 목장, 삼양 목장, 하늘 목장.

이 중 하늘 목장은 그 동안 일반인 개장을 하지 않고 있다가, 올해 9월에 처음으로 개방을 한 곳이라고 했다. 그만큼, 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늘 목장엘 가보기로 결정했다. 9월까지는 개장 기념 무료 입장이었는데, 아쉽게도 우리는 10월 4일에 가는 바람에 유료 입장... 생각보다 사람이 많은 편이었다.


궂은 날씨에도, 여유롭게 풀 뜯고 있는 양들... 먹이주기 체험도 있으나, 애들이 배가 불러서 그렇게 열심히 달려 들진 않는다. 


삼양 목장의 경관이 무척 아름다운데, 그 경관을 제일 잘 볼 수 있는 곳이 이 하늘 목장의 전망대라고 한다. 그러나 전망대까지 꽤 많이 걸어야 하는 데다가, 전망대까지 가는 열차는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탈 수도 없었고... 결국 우리는 그냥 중간에 다시 되짚어 내려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좀 아쉽긴 하지만, 이 목장의 푸른 풀밭과 단풍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사진이 영... 빛조절이 잘못되었는데, 단풍이 너무나 곱고 이뻤다. 이렇게 가을은 절정을 맞고 있었고, 곧 겨울이 성큼 다가올테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듯 했다.


푸름과 빛바램이 공존하는 정원... 계절의 변화를 한눈으로 느끼며 내려오는 길...


곱게 물든 나뭇잎들이 절로 웃음짓게 만든다.


자... 그리고는 정동진으로 출발!


너무 추워서 차마 뛰어들지는 못하지만... 영덕의 바닷가와는 또 다른 느낌에 아이는 신이 났다.


이 바다를 즐기지 못하고 정혁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고...


구름이 많은 높은 파도의 정동진... 그로테스크한 느낌. 멋지다.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불놀이 사진 중 가장 잘 나온 사진인 듯. 언제나처럼, 나는 불놀이를 즐기며 캠핑을 마무리 하고, 일상의 모든 지친 것들을 다 태워버린 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10월을 맞이한다...


캠핑장 총평 :

1. 아이가 있다면, 어쨌든 우리 site가 최적. 다른 곳은 데크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데크 뒷편이 깎은 듯 비탈과 연결되고, 사이트가 넒지도 않다. 캠장에서 우리가 제일 넓게 사이트를 차지하고 지냈고, 지나가는 사람들 중엔 우리 사이트가 가장 명당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다만, 숲속의 비박 같은 느낌을 원한다면 필히 다른 자리를 예약해야만 한다.

2. 아... 이런 화장실 처음이었다. 일단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다시 슬리퍼를 신고 화장실에 들어가야 한다. 샤워실도 똑같이 신발 벗고 들어간 후 옆문으로 연결되는 형태. 2년 동안 통틀어서 가장 깨끗한 화장실이었다. 

3. 뜨거운 물도 콸콸 잘 나온다.

4. 우리 사이트에는 해먹 걸 나무가 없다. 나무다 모두다 어림... 숲 속은 어떨 지 모르겠다.

5. 기회가 되면 또 가보고 싶은 캠핑장!...이지만 내가 또 가기에는 너무 멀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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