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알콩달콩

정혁이의 가출

혁이맘 2014. 4. 24. 17:39

4월 초, 식목일이 있던 토요일.

수혁이는 태권도학원에서 하는 과자파티에 가겠다고 했다. 난 수혁이를 데려다주고 생협에 가서 장을 봐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정혁이를 집에 두고 갔다. 물론 집엔 아빠가 있었다. 그런데 정혁이는 그게 정말 싫었는지 계속 나에게 전화를 걸어댔다. 

생협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할 때쯤 또 온 전화.

"엄마 언제 와?"

"응... 엄마 지금 가고 있어."

뭐, 계산만 하면 출발할 테니 그렇게 심한 거짓말도 아니고 해서 그렇게 대답한 후, 나는 차를 몰고 집으로 왔다. 

지하주차장 입구 쯤, 남편한테 온 전화.

정혁이가 나갔다는 거다. 그것도 혼자서... @.@

정혁이 딴에는 지금 나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빠한테 나가자고 했더니 아빠는 대꾸를 안 했고 (여기서부터는 추측이지만) 신발을 신으며 아빠한테 혼자 가겠다고 말을 했으나,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빠는 딱히 대꾸도 안 하고 안 된다고 말하지도 않은 것. 그러자 정혁이는 일단 아빠한테 말은 했으니 그냥 나간 거다. 아빠는 설마 나갔으리란 상상도 못한 채 문 가지고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던 것이고. 나중에 문을 열어보니 이미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버렸고, 남편은 그제서야 나에게 전화를 한 후 정혁이를 찾으러 나갔다.

나도 차를 세우고 정신 없이 찾았으나 보이지 않는 정혁이. 울음 소리도 들리지 않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태권도 학원엘 갔다. 그러나 거기도 없고... 이제 어쩌나 하면서 다리가 풀리려는 찰나,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찾았다고.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알고 보니, 정혁이는 태권도 학원으로 간 게 맞았다. 다만... 아직 태권도 학원 가는 길이 익숙치 않아. 일단 나갔는데 걸음은 자기도 모르게 블럭피아 쪽을 향해서 가고 있었던 것. 다행히 한참 가다가, 이 길이 아니란 걸 깨달았고 다시 되짚어 오다가 1차 단지 정문 앞에서 아빠를 만난 것이다. 티셔츠에 내복바지만 입고, 외투도 없이 5살 꼬마가 왕복 2차선 도로를 건너서 갔다는 것 자체가 정말이지 놀라울 따름. 수혁이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정혁이는 겁도 없고 무모하기까지 하니, 앞으로도 이 아이를 어찌 해야 할 지 걱정이 앞선다.

아빠한테 혼나고... 막 우는 정혁이를 안아주면서 어딜 갔었냐고 물었더니 하는 말,

"엉엉... 태권도 학원 가는 길이 생각 안 났어... 엉엉"

ㅋㅋㅋ 아, 귀여워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