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그냥 책
고수
혁이맘
2012. 12. 4. 13:33
김수경 (지은이) | 자음과모음 | 2012-10-15
아버지의 폭력과 가정 불화에 못이겨 가출한 아이가 대학로 거리의 아이가 되고, 거기서 히로라는 친구를 만나 그 아이의 부탁으로 지리산 기슭 마을로 갔다가, 원인도 모른 채 양아치들에게 쫓겨 산으로 도망가게 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 아이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리듬감을 주변의 온갖 사물로 표현하면서 북치는 사람이라는 뜻의 '고수'라고 불리게 되는데, 그 아이가 대학로에서 보낸 이야기와, 산 속에서 만난 할머니와 겪게 되는 이야기가 큰 두 개의 줄기를 형성하며 전개된다.
거리의 아이들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것은 어쩌면 뻔한 것들이다. 불량, 노숙, 더러움, 범죄, 가출, 문제아, 폭력... 하지만, 그건 일찌감치 사회의 규범과 일반적인 표준에 틀 지워진 어른들의 관점일 뿐, 그들의 세상에는 분명한 이유도 있고 그들의 방식이 있고 그들의 질서가 있을 것이다. 그 무리 속에서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와, 그들의 목소리... 세상에 대한 사랑,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아니면 이런 글이 나올 수는
없을 터... 사람들이 외면하고 손가락질하는 대상들을 속 깊은 애정으로, 그들의 눈 높이에서 대변해주는 이야기가 너무도 흥미로와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해서 쉽게 중간에 접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단순한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라고만 단정 짓는 것은 금물. 저 멀리 캄차카 반도와, 만주 벌판, 그리고 백두대간을 따라 지리산까지의 긴 여행, 여행에 버무려지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들까지...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인 할머니. 결국 이 땅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모든 아이들을 감싸 안아야 하는 건 기성 세대인 거다. 결국 누구나 다 그 시기를 통과하면서 크든 작든 아픔을 겪어보지 않았던가. 꼭 그렇게 파란 만장한 삶을 살아온 할머니만이 감싸안을 수 있는 건 아닐게다. 조금 더 길게 살아오면서, 조금 더 많은 경험을 한 우리가 그들의 피난처가 되고, 그들을 강하게 만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겠는가.
"쯧쯧쯧. 하긴 사람이 그렇더라. 살다 보면 훌쩍 큰 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가 있지. 그걸 못 내딛으면 그냥 그렇게 굳어버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끔 딱 굳어버리지." - 237 p.